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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양천은 벌레도 못산다-한강으로 흘러드는 하천의 오염현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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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한강으로 흘러들어가는 한강의 지천은 하나같이 폐수로 썩어 들어가고 악취로 멍들고 있었다.
◇탄천=지난주 휴일인 29일하오. 가락동 농수산물도매시장옆 탄천. 생선 비린내에 시궁창 냄새가 겹쳐 개울가에 서는 순간, 구토증이 났다. 수산물시장에서 나오는 생선씻은 물이 괴어 탄천으로 흘러드는 다른 생활하수와 섞여 썩으면서 나오는 지독한 냄새때문.
농수산물시장은 작년 6월 10억원을 들여 하루4천t 처리능력의 하수처리장을 건설했다. 그러나 1백여개의 수산물산매장에서 생선회를 해 팔면서 내장과 비늘을 하수구에 버리고 당근·무우를 씻을때 나온 흙·모래가 처리장에 쌓여 최근까지도 제기능을 하지 못했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 나오는 페수가 BOD2백PPM(허용기준치1백50PPM)을 넘어 지난5월 서울시로부터 개선 명령을 받고 배관분리공사를 했으나 악취는 여전.
◇탄천하류 청담교=고수부지에 있는 운전면허시험장 일대도 악취공해지대. 흙탕물에는 파리·모기가 들끓고 음식찌꺼기등 온갖 오물이 둥둥 떠다닌다. 이 때문에 면허시험을 보러온 사람들이 큰 고통.
30일 이곳에 온 김대식씨(39·서울불광동)는 『운전면허를 따러왔다가 탄천을 보고 깜짝 놀랐다. 이렇듯 더러운 물이 흘러들고 그 물을 시민들이 마시다니. 독약을 마시는것과 다름없다는 생각이들었다』고 말했다.
◇안양천변=신정 제1펌프장(면적 2만6천평)은 마치 먹물을 풀어놓은 연못. 신정·목·화곡·신월동등 주택가에서 나온 생활하수를 모아 하루 20만t씩 안양천으로 토해내는데 하루에 수거하는 쓰레기만도 6t트럭 1대분.
펌프장 보안담당 임황종씨(간)는 『구역질나는 냄새때문에 미칠지경이다. 이곳에 흘러들어 오는 물은 분뇨와 마찬가지로 더럽다』고 말했다.
전철 개봉역에서 철산유수지에 이르는 구로 2·3공단앞 안양천은 기름과 쓰레기가 뒤엉켜 안양천중에서도 가장 오염이 심한곳. 공단에서 나오는 각종페수는 1만6친평의 철산유수지로 들어가 쓰레기만 건져내고 안양천으로 내보내는데 시커먼 검정물에 악취가 코를 찌르는 유수지는 벌레조차 살지못하는 그야말로 죽은물.
페수와 악취는 안양시내도 마찬가지. 40여개의 대형공장이 들어서있는 비산동·안양2동등시내하천 어느곳도 맑은물이 흐르는 곳이 없으며 악취와 벌레로 주민들이 시달리고 있다.
안양2동 주민 김봉애씨(36)는 『음식이 쉰듯한 썩은 냄새때문에 고생이 말이 아니다. 바람이 불면 시궁창 썩은 냄새가 방안까지 날아들고 여름엔 모기 때문에 잠을 설친다』며 『개울에 복개공사라도 해달라』고 말했다.
◇중낭천=양주군주내면산배리일대 주민들은 인근 피혁공장에서 독성이 강한 화공약품을 쓰고 폐수를 야간에 중낭천상류로 흘러보낸다고 주장하고 있다. 주민들은 2년전에는 농업용수로 이 폐수가 흘러들어 벼가 죽어버리는 바람에 공장주와 심하게 다툰일도 있었다고 발했다.
또 주민들은 피혁공장에서나온 페기물을 포클레인까지동원, 중낭천상류에 묻어버려 개울을 오염시키고 있다고 주장.
서울과 인접한 남양주군미금읍도농리·가운리 주민들은 인근 W레이온에서 나와 한강으로 흘러들어가는 공장페수와 인견사를 만들때 나오는 악취로 20년 가까이 시달리고 있다.
가운리619 신덕균씨(34·상업)는 『공장이 들어서지 않았던 20년전에는 깨끗해 물고기를 잡아먹던 물이 이제는 물고기는 물론, 개구리도 보기 힘들게 됐으며 어린이들이 공장에서 나오는 폐수개울에 빠지면 피부가 벌겋게 달아오른다』고 말했다.
도농1리 현대부동산 주인 박정남씨(74)는 『흐린날이나 밤이면 공장에서 나오는 구린내가 온마을을 휩싸 구역질이 난다』고 말했다.
W레이온은 대지15만평·연건평3만평에 연간1만t의 인견사를 만드는 공장. 한강에서 하루2만∼3만t의물을 끌어 올러 청소용으로1만5천t, 보일러 냉각수용으로 5천t을 쓰고 인견사제조용으로 5천∼7천t을사용, 나오는 물을 페수처리해 개울을 통해 한강으로 다시 내보낸다.
회사측은 자체검사를 통해 기준치인 BOD 1백PPM에 미달하는 60∼80PPM으로 방류하고 있으나 주민들과 공해시비가 끊이지 않는다.
◇팔당=수도권 원수로 쓰는 팔당호 주변조차 공장·목장·별장·방갈로·음식점·놀이객·낚시꾼들에 의해 오염되기는 마찬가지.
남양주군 화도면창현2이화의 나염공장인 Y섬유는 나염과정에서 나온 화공약품이 포함된 파란색의 폐수를 정화시설 없이 방류. 이회사는 6백50평의 공장옆에 가로10m 세로10m·깊이 5m의 웅덩이를 파놓고 하루 10∼15t씩 페수를 버리고 있는데 페수가 지하로 스며 개천을 통해 1.5㎞ 떨어진 북한강으로 흘러들어가고 있다.
◇북한강=양수리에서 금남리에 이르는 북한강가에는 9개의 장어구이·매운탕집이 영업을해 오물이 강으로 홀러들어가고 두군데서 모터보트 영업을 하고있다.
와부읍삼봉리 삼봉휴게소앞 강가에는 주민들이 기저귀와 옷가지를 빨아넣고 모러보트에서 나온 기름과 비닐로 된 막걸리통이 둥둥 떠다니고 있다. 팔당호를 둘러싼 양평군양평읍·양서면량수리·광주군남종면탕리·삼성리 일대에는 서울 사람들이 지은 별장 50여개가 들어서 있으며 양평읍입구 호숫가에는 최근2년사이에 대형모텔과 여관두개가 들어섰다.
이지역은 상수도보호구역으로 위락행위나 낚시질을 금지하는 경고판이 곳곳에 세워져 있으나 공휴일에는 5백∼6백여명의 놀이꾼들이 몰려 낚시질은 물론 세차까지 하기도한다. 한강본류는 재개발돼도 지천오염은 방치된 상태다.<박의준·김기평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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