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역 골퍼 허인회 “유부남 신고합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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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인회(왼쪽)는 지난 5월 혼인신고를 한 육은채씨에게 9일 프러포즈를 할 예정이다. [천안=이지연 기자]

저, 결혼했습니다.”

‘괴짜 골퍼’ 허인회(29)가 또 사고를 쳤다.

전역 하루만에 한국오픈대회 출전
올 5월 혼인신고 사실 깜짝 고백
아내는 한 살 어린 가수 지망생 출신

8일 충남 천안 우정힐스 골프장에서 개막한 코오롱 제 59회 한국오픈골프 선수권대회 1라운드. 전날인 7일 전역한 허인회는 이날 1라운드를 마친 뒤 '품절남' 선언을 했다.

허인회는 한살 연하인 육은채씨와 지난 5월 31일 혼인신고를 하고 법적인 부부가 됐다. 2011년 모임에서 처음 만난 둘은 2014년 7월 1일 다른 모임에서 우연히 재회하면서 연인이 됐다.

가수를 지망생이었던 육씨는 처음엔 허인회가 골프 선수인 줄도 몰랐다고 한다. 그러나 다음 날 허인회의 전화를 받은 육씨는 그 날 이후 매일 허인회와 2시간 이상 통화를 했다. 그러다 어느 날 허인회가 '여자 친구' 라고 주변 사람들에게 소개했고, 그 날부터 두 사람은 연인 사이가 됐다. 육씨는 “한마디 말도 없이 발표한 게 화가 나 따졌다. 그런데 오빠가 진지하게 ‘내가 싫은 거냐?’고 말해 아무 말도 못했다”고 말했다.

허인회는 군 입대 전 '풍운아', '4차원', '게으른 천재' 등 다양한 별명으로 불렸다. 국가대표를 거쳐 한국 투어에서 3승, 일본 투어에서 1승을 거뒀지만 '열심히'라는 단어와는 거리가 먼 선수였다. 노란머리를 하고 오토바이를 탔고, 자동차 레이싱에 광적으로 빠져들어 구설에도 올랐다.

그러나 허인회는 육씨를 만난 뒤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됐다. 군 입대를 한 뒤 상무 소속 선수로 대회에 출전하면서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육씨는 "사실 오빠는 외부에 알려진 것과는 많이 다른 사람이다. 거칠고, 자유분방할 것 같다는 평가를 받지만 실제 모습은 다르다. 누구보다 보수적이어서 오빠를 만난 뒤 목이 파인 티셔츠조차 입어본 적이 없다. '게으른 천재'라고 불리지만 뒤에서는 노력을 많이 하는 스타일"이라고 했다.

허인회와 육씨는 지난 2014년 하반기부터 함께 투어에 동행했다. 허인회가 육씨의 부모를 찾아가 정식으로 인사를 드린 뒤였다. 처음엔 펄쩍 뛰었던 육씨의 부모도 시간이 지나면서 둘의 관계를 허락했다. 허인회를 그림자처럼 따랐던 육씨는 허인회가 2014년 말 군에 입대한 뒤 서울과 경북 문경의 국군체육부대를 자주 오가면서 내조를 했다. 허인회는 "은채는 단점이 생각나지 않는 완벽한 여자다. 맑고 순수한 에너지가 너무 좋고, 철이 없었던 내 행동을 반성하게 해주는 사람이다. 그러나 나를 만나면서 마음고생을 많이 했다. 군인 신분인데 여자친구와 함께 다닌다는 곱지 않은 시선을 받았고, '골프대회에 놀러다니는 거냐'는 이야기도 들었다. 내 여자이고, 결혼하겠다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에 혼인신고를 했다"고 말했다.

품절남 허인회는 이날 아내가 보는 앞에서 전역 뒤 첫 경기를 치렀다. 5번 홀부터 9번 홀까지 5홀 연속 버디를 잡는 등 출발이 좋았다. 13번 홀(파3)에서 보기를 한 뒤 공을 워터해저드 속으로 던져 버리기도 했지만 경기를 마치고는 다시 기분이 좋은 듯 활짝 웃었다. 2언더파 중위권으로 1라운드 경기를 마친 허인회는 “어제 밤에는 우승한 날 저녁처럼 가슴이 설레 잠을 못잤다. 연속 보기가 나왔을 때는 최종 라운드에서 3타 차 앞선 1위를 하다가 미끄러진 것 같은 기분이었다. 그런데 정신을 차리고 보니 '어제 전역했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내 성격을 좀 죽이고 아내의 바람대로 착실히 투어 생활을 할 것”이라고 했다.

허인회는 9일 열리는 2라운드 뒤 깜짝 프로포즈를 준비하고 있다. 경기 뒤 팬 사인회를 하면서 꽃다발과 함께 사랑의 서약을 하기로 했다. 허인회는 “사귀는 것도, 혼인신고도 내 맘대로 했다. 그런 미안한 마음을 전하고 싶다. 내 통장엔 현재 20만원 밖에 남아있지 않지만 지금 난 누구보다 행복한 사람이다. 내년까지 열심히 해서 2018년에 근사하게 웨딩드레스를 입혀주겠다”고 말했다. 첫 날 경기에선 지난 해 우승자 이경훈(25·CJ오소핑)을 비롯해 황중곤(24·혼마)·홍순상(35·다누)·최진호(32·현대제철) 등이 6언더파를 쳐 공동 선두에 나섰다.

천안=이지연·김두용기자 easygolf@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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