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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문대에 보낼수만 있다면…" 교장·교사가 성적·생활기록부 조작

중앙일보

입력

명문대에 진학시키기 위해 학생들의 성적과 생활기록부를 조작한 교장과 교사들이 적발됐다.

광주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7일 학생들의 성적과 생활기록부를 불법으로 조작한 혐의(공전자기록위작)로 광주광역시 모 사립 여자고등학교 교장 A씨(62), 교사 B씨(39)와 C씨(34) 등 3명을 입건해 검찰에 불구속 송치했다.

경찰은 교장 A씨의 지시로 편성된 심화반을 운영하면서 학부모들에게서 과외비를 받아 챙긴 같은 학교 교사 10명도 불구속 입건했다.

교장 A씨와 교사들은 현재 2학년인 학생 12명, 3학년인 학생 13명 등 총 25명의 생활기록부를 조작한 혐의다.

이들은 '나이스(NEIS·교육행정정보시스템)'에 229차례에 걸쳐 접속한 뒤 자신들이 직접 경험하지 않거나 사실과 다른 학생들의 '과목별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을 36차례에 걸쳐 부당하게 입력 또는 각색했다.

이들은 학생들을 교무실 등지로 부른 뒤 입력할 내용을 당사자에게 묻거나 논의한 뒤 '맞춤형 생활기록부'를 만든 것으로 조사됐다.

교장 A씨는 서울대 등 명문대 진학 학생 수를 늘려 자신과 학교의 명예를 높이려고 교사들과 범행한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A씨 등은 대입 수시 전형에서 가장 중요도가 높으면서도 교사들의 자의적 판단이 개입할 여지가 큰 생활기록부를 조작했다.

생활기록부 조작 대상이 된 학생들은 입학 당시 성적이 우수했던 학생들이다. 교장 A씨 등은 입학 때부터 이들의 명단을 만든 뒤 명문대 수시 모집 전형에 합격시킬 관리 대상으로 삼았다.

교사 B씨의 경우 관리하던 한 학생의 수학 성적의 등급이 떨어지자 2차례에 걸쳐 나이스 성적과 답안지 내용을 조작해 1등급으로 올렸다. 또 학교에서 임원을 맡고 있는 학생들의 학부모들로부터 300만원을 받아 교사들의 간식비와 각종 행사비 등으로 썼다. 성적을 조작해준 학생의 학부모에게는 개인적으로 200만원을 받아 챙기기도 했다.

교사 B씨 등 교사들은 심화반을 편성·운영하면서 참여 학생들의 학부모들에게 과외비로 모두 2500만원을 받았다. 특히 기초학력 증진과 진로활동, 동아리활동, 학부모활동 등을 위한 교육부와 광주시교육청의 목적사업비 9000만원을 용도와 달리 심화반 자습 감독비와 과외비로 써 횡령했다.

이재현 광주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장은 "학교의 명예와 이미지를 단순히 명문대에 진학하는 학생 수로 판단하려는 교사들의 잘못된 인식 때문에 발생한 범죄"라며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을 중심으로 한 교육 방침에 나머지 학생들은 소외되거나 마땅한 혜택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광주광역시=김호 기자 kim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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