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시 “광역시 승격” 제안, 정부·경남 지자체 모두 반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3면

경남 창원시가 입법 청원을 하는 등 본격적인 광역시 승격에 나섰지만 반대 여론이 만만찮다. 안상수 창원시장과 창원광역시 승격 범시민추진협의회(회장 김철곤)는 5일 국회에 ‘창원광역시 설치 법률 제정 청원서’를 냈다. 지난해 3월 출범한 협의회는 청원서에 시민 74만8549명의 서명을 첨부했다. 서명인 75만여 명은 창원시 인구 108만 명의 69%다.

“서울·대구보다 넓고 인구 108만 달해”
규모 걸맞은 자치행정권 필요성 강조
통합시 출범으로 이미 혜택 누려
경남 17개 시·군 재정 악화 우려

안 시장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대구·광주보다 넓은 면적과 108만 명의 인구를 가진 창원시가 인구 5만~10만 명의 기초자치단체와 권한이 동일하다. 창원은 다양한 행정 수요에 맞는 광역 자치행정권이 절실하다”고 주장했다.

창원시는 2010년 7월 1일 지방행정체제 개편으로 옛 창원·마산·진해시가 통합된 첫 자율 통합시다. 지금은 인구 108만 명(2016년 말 기준)의 ‘메가 시티’가 됐다.

그러나 인구·경제기여도 등에 비해 권한은 적다는 게 창원시 주장이다. 창원시 올해 예산은 2조5000억원이다. 인구가 비슷한 울산(115만 명)의 3조2300억원에 비해 7000여억원 적다. 창원의 지역총생산(GRDP)은 2013년 36조150억원으로 전국의 시·군·구 가운데 1위다. 국가경제 기여도에 비해 시 발전을 위한 예산은 상대적으로 적다는 것이다. 도시기본계획과 대규모 국책사업 등은 경남도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통합 다음해부터 해마다 146억원씩 받아온 인센티브는 2020년 끝난다. 정부가 기초자치단체에 주는 보통교부세 특례도 2011~14년 2399억원 지원으로 끝났다. 통합이후 창원시는 경남도와 별도로 광역시급 소방본부를 운영하면서 정부로부터 2014년까지 889억원을 지원받았다.

하지만 지금은 자체 예산으로 소방본부를 운영해 재정부담의 요인이 되고 있다. 재정자립도는 2010년 49.9%, 2012년 41.8%, 2016년 39.7%로 매년 낮아지고 있다.

조희수 창원시 광역도시담당은 “광역시로 승격하면 연간 5000억원 이상의 국비지원과 행정편의 등 유리한 점이 많다”고 말했다.

그러나 반대 의견도 거세다. 정부는 현 행정구역 체계를 뒤흔들 수 있다며 광역시 승격에 부정적이다. 경남도는 인구 340만 명에서 창원시를 제외하면 200여만 명만 남는 ‘빈털터리’ 광역자치단체가 된다며 반대한다. 경남 17개 시장·군수도 비슷한 이유로 지난해 7월 반대입장을 냈다.

창원의 국회의원 중에서 김성찬·노회찬·박완수 의원은 찬성하지만 윤한홍 의원 등은 반대한다. 윤 의원은 “정부와 광역·기초단체로 된 3단계 행정구조에서 도가 없어지면 모를까 또 다른 광역자치단체가 추가되면 한국은행 지역본부나 지방 통계청 같은 정부기관과 공공기관이 경남과 별도로 창원에 만들어져야 해 행정·재정낭비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통합시 출범으로 행정·재정에서 많은 혜택을 받아놓고 다시 광역시 승격으로 또 다른 혜택을 누리려 한다는 지적도 없지 않다. 특히 안 시장은 2010년 3월 통합 창원시 출범 특례법안의 국회 본회의 통과 때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원내대표로 주도적 역할을 하고도 광역시 승격운동을 한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박동식 경남도 의장은 “광역시가 되면 공무원 수만 늘어나고 주민은 실익이 없으며, 나머지 17개 시·군은 재정적으로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위성욱 기자 we@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