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도탄에 빠진 나라 구하려면 정권 교체가 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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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서울시장. [중앙포토]

야권의 잠재적 대선주자로 꼽히는 박원순 서울시장이 대선 출마와 관해 “개인의 결단도 중요하지만 시대의 비전과 요구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5일(현지시간) 뉴욕 특파원들과의 간담회서다.

박 시장은 “서울시장 선거 때도 시대의 요청이나 시민의 요청이 없었으면 서울시장이 되겠다는 결심을 못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서울 시장 임기를 끝까지 마칠 것이냐”는 질문에 딱 부러지게 대답하지 않았다. “서울시장 직무는 중요하고, 앞으로도 열심히 할 것”이라면서 “시민들이 임기를 지키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하면 지키겠다”고 말했다. 박 시장의 임기는 2018년6월까지다. 대선에 출마하려면 중간에 시장직을 그만둬야 한다.

박 시장은 이날 뉴욕 교민·유학생들 간담회에서도 대권 도전을 고심하고 있음을 내비쳤다. 그는 “어지럽고 도탄에 빠진 나라를 구하기 위해서는 정권 교체가 답”이라고 강조했다. 대선 출마 의향을 묻는 질문에는 “왜 고민이 없겠느냐”면서 “더 얘기하면 서울에 있는 신문 1면에 톱으로 나올 수 있다”고 답했다.

박 시장은 다가올 대선의 화두로 '경제적 불평등'을 꼽았다. 그는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와 버니 샌더스의 돌풍 배경은 소수 독점 자본과 상위 1%가 자원을 독식하고 나머지 99%가 소외되고 차별 받고 있기 때문”이라며 “한국은 더 심각하니 (국민들이) 그대로 둘 리 없지 않겠느냐. 내년엔 분명히 99%의 거대한 반란이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박 시장은 한국 사회가 제조업 중심의 하드웨어 시대에서 문화예술을 기반으로 한 소프트웨어 시대로, 중앙정부의 톱다운(하향식) 시대에서 시민이 중심인 바텀업(상향식) 시대로 변환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스스로에 대해 “감히 후자를 대변한다고 말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인 박 시장은 야당에 대해서도 가차 없었다. 그는 “지난 총선의 민의는 변화와 혁신·협치였다. 지금 국회에 그런 정신이 살아있느냐”고 되물으며 “여당이 더 큰 책임을 받고 있지만 야당도 국민에게 충분히 희망을 주고 있느냐에 의문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뉴욕=이상렬 특파원 is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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