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머니 유입 공방…당국 개입에 환율 하락 주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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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핫머니(단기 투기성 자금)가 상당부분 들어왔다. "(재정경제부)

"과장된 주장이다. "(한국은행)

재경부와 한은이 핫머니 유입 여부를 놓고 큰 시각차를 보이고 있다. 한은은 23일 '최근 외국인 주식투자 급증 배경과 단기 투기성 검토'란 보고서에서 "외국인 주식투자 자금에 단기 투기성 자금이 상당부분 포함돼 있다는 주장은 과장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 등으로 들어온 정상적인 자금이라는 분석이다.

최근 원화 환율이 가파르게 떨어진 것은 핫머니 유입 때문이라며 핫머니와의 일전불사(一戰不辭)를 외친 재경부를 정면으로 반박한 셈이다. 이에 대해 재경부는 한은이 시장을 잘못 읽고 있다고 주장한다.

핫머니 유입 여부를 어떻게 진단하느냐에 따라 환율 정책이 달라진다는 점에서 두 기관의 시각차가 어떤 식으로든 정리돼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원화 상승세 한풀 꺾여=일주일 전 달러당 1천1백76원대까지 떨어졌던 원화의 대미 달러 환율은 소폭 상승해 24일 1천1백79.8원으로 마감했다.

그러나 원화 환율은 지난 4월 4일 1천2백58원을 기록한 이후 6.6%나 떨어진 상태다. 그나마 외환당국이 외평채 발행으로 확보한 2조원으로 달러를 매입하고, 수시로 구두 개입을 통해 환율 인하를 저지한 결과다.

?핫머니냐, 장기 투자자금이냐=5월 이후 지난 18일까지 국내 증시에 유입된 자금은 49억7천만달러다. 재경부는 이 가운데 최소 수억달러에서 최대 20억달러를 핫머니로 추정한다.

하지만 한은은 최근 외국인 주식투자 자금의 증가는 미국과 아시아 지역의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과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 가능성 등 증시 주변 여건의 개선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한은은 또 단기간 안에 중국 위안화가 큰 폭으로 평가 절상될 가능성이 크지 않은 만큼 원화 환율의 동반 절상을 노린 핫머니가 유입됐을 가능성이 작다고 지적했다.

재경부 관계자는 "최근 우리 경제의 펀더멘털(기초여건)이 좋지 않은 만큼 외국인들이 경기 회복을 전망하고 주식투자를 늘린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이상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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