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소송 갈수록 어렵고 복잡해져…판사 전문성 기르는 교육 서두를 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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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특허소송 사건은 1년에 한두 건을 처리하기도 어려울 정도로 복잡합니다. 그런 사건을 원만하게 해결하기 위해선 판사의 전문성을 기를 수 있는 교육과 연수 기회 등이 있어야 합니다. 담당 판사가 풍부한 경험을 쌓는 게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론 클락 텍사스 동부연방지방법원장
국제 특허법원회의 참석차 방한

7일 대전 특허법원에서 열리는 ‘2016 국제 특허법원 콘퍼런스’ 참석차 한국을 찾은 론 클락(Ron Clark·사진) 미국 텍사스 동부 연방지방법원장의 말이다. 텍사스 동부연방지법은 미국 전체 특허사건의 43%를 처리해 전 세계 특허소송의 중심으로 불린다. 클락 법원장은 2002년부터 이 법원에서 근무하다 지난해 법원장으로 임명됐다. 5일 서울 서초구 JW메리어트호텔에서 클락 법원장을 만나 특허소송 추세와 전망을 들었다. 그는 특허소송의 세계적인 경향으로 ▶판사들의 특허 전문성 습득 ▶특허에 대한 아시아 국가들의 인식 제고 ▶세계 공통의 특허 시스템 구축 추진 등 세 가지를 꼽았다.

과거와 달라진 특허 재판의 특징을 꼽는다면.
“판사가 직접 특허 용어를 해석하고,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등 사건을 전문적으로 처리하려는 움직임이 강하다. 또 최근 중국과 한국 등 아시아 국가들이 특허법 관련 연구를 많이 하고 중요성을 인식하는 것 같다. 한 나라의 특허 시스템을 다른 나라에서도 인정하는 경우가 늘면서 세계 공통 판결 시스템을 갖춰야 할 때가 됐다고 생각한다.”
미국에선 전문성이 다소 부족한 배심원들이 특허침해 여부를 판단하기도 하던데.
“배심원 제도는 누가 진실을 말하는지를 판사가 아닌 일반인의 관점에서 판단하는 것이다. 높은 학력과 다양한 직업을 가진 8명의 배심원이 판사가 놓친 증언이나 사실관계를 확인할 수 있다. 서로 상호보완하는 것이다.”
최근 NPE(Non-Practicing Entity·특허관리 전문회사)가 한국 중소기업을 상대로 소송을 많이 건다.
“먼저 NPE를 지칭할 때 ‘특허괴물’이란 표현을 사용하는 것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 특허청 등으로부터 적법하게 권리를 받은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NPE로 인한 부작용에 대해서는 해결책을 찾아가고 있다. 적합하지 않은 소송에 대해서는 조기에 기각하는 등의 방식이다.”

특허소송에 특화된 텍사스 동부연방지법은 삼성·LG·현대차 등 국내 대기업의 사건도 다수 다뤘다. 지금까지 처리한 사건은 500여 건에 이르고, 현재도 80여 건의 송사가 진행 중이다. 클락 법원장은 지난해 텍사스 기업 에이아이 오토메이션(AI Automation)이 삼성전자 등을 상대로 낸 스마트패드 계산기 특허권 소송도 직접 맡았다. 쟁점은 스마트펜 등으로 화면에 숫자와 연산식을 입력하면 계산기가 자동으로 인식해 결과를 내놓는 프로그램이 특허에 해당하는지 여부였다. 에이아이 오토메이션 측은 갤럭시 노트에 탑재된 기능이 자신들의 특허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클락 법원장은 “계산 후 화면이 바뀌지 않는 등 실행 방법에서 차이가 있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한국 특허법원은 클락 법원장을 비롯해 미국·독일·영국·일본 등 세계 주요국 특허법원장과 특허 전문 판사들을 이번 콘퍼런스에 초청했다. 콘퍼런스에선 다국적기업들의 특허소송 대응 방안으로 ‘국제재판부’와 ‘아시아 통합 특허법원’ 설립 등이 논의될 예정이다.

김선미 기자 cal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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