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진탕 때문에…기억 안난다” 39번 말한 클린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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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미국 연방수사국(FBI)이 힐러리 클린턴 후보와 관련자들을 조사한 e메일 스캔들 수사 보고서가 공개되면서 클린턴이 큰 위기에 놓였다. 미 정부가 지난 2일(현지시간)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클린턴은 지난 7월 2일 3시간 30분에 걸친 FBI 대면 조사에서 무려 39번이나 “기억나지 않는다”고 답했다. 특히 클린턴은 “2012년 말 뇌진탕 이후 받은 모든 보고 내용이 기억나지 않는다(I do not recall)”고 주장했다. 스캔들 관련 내용을 부인하기 위한 답변일 가능성이 크지만 실제 도널드 트럼프 후보 진영이 주장하는 ‘클린턴 건강 이상설’에 불을 지피는 결과가 될 수 있다.

FBI, e메일 스캔들 수사보고서 공개
이전 주장과 크게 달라 거짓말 논란

클린턴은 조사에서 “e메일을 통해 다룬 일부 국무부 서류에 ‘C’라는 표식이 ‘Confidential(기밀)’이라는 의미를 뜻하는지 몰랐다”며 “아마 알파벳 순서에 따른 단락 부호가 아닌가 싶었다”고 진술했다.

보고서에서 드러난 내용은 그 동안 언론을 통해 밝힌 자신의 결백 주장과는 크게 다른 것들이 많아 대선 종반전에 또다시 ‘클린턴 거짓말’ 논란이 불거질 전망이다. 수사보고서에 따르면 클린턴은 블랙베리를 비롯 13개의 모바일 기기를 이용해 개인 e메일을 송수신했으며, 클린턴의 측근인 저스틴 쿠퍼(클린턴 재단 자문위원)는 “적어도 2개의 기기는 망치로 부순 기억이 난다”고 진술했다. 클린턴은 그 동안 “(개인용 모바일 기기는) 두 개만 사용했다”고 답해왔다. 또 클린턴은 “콜린 파월 전 국무장관이 개인 e메일을 사용해도 된다고 했다”고 주장해왔지만, 파월 전 장관이 “공무에 블랙베리를 사용하는 건 매우 조심해야 한다”고 조언했던 사실이 양자 간 e메일 기록을 통해 밝혀졌다. 당초 FBI 보고서는 비공개 방침이었지만 여러 기관의 정보공개 청구가 잇따르면서 공개됐다.

트럼프 측은 “클린턴은 거짓말쟁이거나 총명하지 않거나 둘 중의 하나”라며 “거짓말이 들통날까 봐 지난해 12월 이후 270일 넘게 공식 기자회견을 못 열고 있다”고 총공세에 나섰다.

워싱턴=김현기 특파원 luc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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