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19개월 이어진 마이너스 행진에 마침표 찍었지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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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수출이 19개월간 이어진 ‘마이너스 행진’에 마침표를 찍었다. 1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액은 401억27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달보다 2.6% 늘었다. 월별 수출액이 전년 동월 대비 증가한 건 2014년 12월 이후 20개월만이다.

선박(89.9%)과 석유화학(4.1%), 반도체(2.5%) 등 주요 품목의 수출 실적이 개선됐다. 국가별 수출 성적도 나아졌다. 일본에 대한 수출은 1년 전보다 7.2% 늘었다. 2014년 7개월 이후 25개월 만에 다시 증가세로 전환했다. 최대 수출국인 중국으로의 수출은 1년 전보다 5.3% 줄었지만, 감소율만 놓고 보면 지난해 9월 이후 가장 낮았다.

지난달 수입액은 348억2000만 달러로 집계됐다. 전년 동월 대비 0.1% 증가했다. 수입이 증가한 것은 23개월만이다. 이에 따라 무역수지는 53억300만 달러 흑자를 나타냈다. 수입이 늘어남에 따라 무역수지 규모는 7월(75억9700만 달러)보다 줄었다.

서비스수지 등을 합한 경상수지는 지난 7월까지 53개월 연속 흑자를 기록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7월 경상수지는 87억1000만 달러 흑자를 냈다.

문제는 앞으로의 수출 전망이다. 8월 수출도 금액이 아닌 물량으로만 보면 1년 전 보다 3.3% 줄었다. 게다가 지난달 수출 개선은 일회성 요인에 기댄 측면이 있다. 8월 조업일수가 지난해 같은 달보다 이틀 많다. 또 지난해 8월 수출 감소율은 -15.2%로 저조했다. 지난해 실적이 워낙 저조하다 보니 올해 8월엔 전년 동월보다 증가세를 기록하기 쉬운 측면(기저효과)도 있다.

정부도 향후 수출 전망에 대해 신중한 모습이다. 정승일 산업부 무역투자실장은 “미국의 금리인상 가능성 및 유가ㆍ환율 변동성 증대 등으로 수출증가세를 유지할 수 있을지 예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게다가 한진해운의 법정관리 신청이라는 돌발 악재도 등장했다. 수출품 운송 차질과 같은 피해가 우려된다. 이날 긴급 수출현안 점검회의를 주재한 정만기 산업부 1차관은 “한국 전체 수출액의 73%가 바다를 통해 운송된다”며 “수송 지연, 아시아-미주 항로 운임의 상승 가능성에 대해 예의 주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8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대비 0.4%에 그쳤다. 7월(0.8%)과 비교하면 반토막났다. 2015년 4월(0.4%) 이후 16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전년 동월 대비)은 올해 2~4월 1%대로 올라섰다가 5월 이후 4개월째 0%대에 머물고 있다.

우영제 통계청 물가동향과장은 “유가가 다시 떨어진데다 전기요금이 한시적으로 인하된 영향을 받았다”고 말했다. 소비자물가에서 농산물ㆍ석유류를 제외한 근원물가 상승률도 지난달 1.1%로 7월(1.6%)보다 0.5%포인트 떨어졌다.

하남현 기자 ha.nam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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