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무자에 첫 파산선고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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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우리나라 사법사상 처음으로 빚을 갚지않은 사람에게 법원에서 파산선고 결정이 내려졌다.
파산선고된 채무자는 파산법에 따라 ▲모든 재산을 법원에서 정리해 채권자에게 나눠주고 ▲주거제한 ▲피선거권·공무원 임용자격 상실을 비롯, 공민권이 제한되며 ▲편지·전화통신까지 규제되는 엄청난 불이익을 받게된다.
개인 채무자에 대한 법원의 첫 파산선고는 최근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악성 채무자들에게 경종을 울리는 큰 의미가 있다.
대법원 민사부(주심 윤일영 대법원 판사)는 30일 채권자인 차모씨(53·경기도 남양주군 미금읍)가 2천3백여만원을 갚지 않은 채무자 서모씨(40·회사원·서울 영등포동 7가)를 상대로 낸 파산선고 신청 사건에서 채무자 서씨의 재항고를 기각, 서씨에게 파산선고 결정을 내린 원심을 확정했다.
◇사건개요=채권자 차씨는 76년 서울 천호동 대지 1천여평을 땅주인이던 서씨로부터 사기로 계약하고 계약금·중도금등 2천8백만원을 지급한 후 잔금을 마련하지 못하자 해약키로 합의, 계약금 1천만원은 위약으로 차씨가 포기하고 나머지 1천8백만원은 서씨가 이 땅을 팔아 갚기로 했다.
그러나 서씨가 이 땅을 처분한 후에도 돈을 갚지 않자 차씨는 80년 7월 소송을 제기, 83년 2월 서울지법 남부지원에서 원금 1천8백만원과 연 5푼씩의 이자를 받아내라는 승소판결을 받았다.
그러나 차씨는 서씨가 빚갚을 능력이 없다며 이 판결 이후에도 갚지 않자 지난해 초 법원에 파산선고 신청을 냈던 것.
부동산을 갖고 있던 서씨는 그 후 사업실패등의 이유로 재산을 처분하고 현재 월 30만원씩 받고 모 회사에 근무하고 있다.
◇결정=1심인 서울지법 남부지원 임승균판사는 『채무자인 서씨가 빚을 갚을 능력이나 의사가 없다』는 이유로 파산선고 결정을 내렸다.
이에 대해 서씨는 빚을 갚을 능력이나 의사가 있다며 항고했으나 2심인 서울민사지법과 3심인 대법원에서 『서씨의 재산이나 신용상태를 모두 보아도 지급능력이나 의사가 없다』 고 파산선고를 확정했다.
◇파산선고=법원이 채무자에게 내릴 수 있는 가강 강력한 제재방법이다.
법원이 선임한 재산 관리인이 파산자의 재산처분권을 갖고 면밀히 조사해 모든 재산을 채권자에게 나눠준다.
파산선고 사실은 관보등에 공고되며 파산자는 ▲법원의 허가없이는 주거지를 옮길 수 없고 ▲공민권 제한 ▲통신 제한등의 불이익을 받게 된다.
또 필요하면 법원은 파산자를 구인할 수 있고 경찰을 시켜 외부인과 접촉을 중지시키는 감수조치를 내릴 수 있으며 재산 은닉등 범죄 사실을 막기위해 검찰에 파산선고사실을 통보한다.
파산자는 빚을 모두 갚는 등 절차를 밟은 후 법원에 신청해 법원의 결정으로 복권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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