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실무접근 할 때|활발해진 개헌정국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개헌정국이 숨가쁘게 돌아가고 있다. 두 김씨의「5·27합의」로 신민당이 임시국회와 국회헌특에 참여키로 결정함으로써 개헌문제는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되었다.
신민당은 그 동안 헌특구성의 전제조건으로 대통령 직선제의 관철, 여야지도자간의 합의, 사면·복권과 구속자석방 등 네 가지 선행 조건을 내걸었었다. 그러나 가장 까다로운 조건인 사면·복권을 헌특구성과 연계시키지 않는다는 결단을 내리기에 이르렀다.
물론 신민당이 구속자 석방 외의 다른 조건을 포기한 것은 아니다. 직선제개헌은 여전히 움직일 수 없는 당론이고 사면·복권도 국회에서 헌법문제를 다루면서 관철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러나 재야와의 갈등, 시위의 과격화현상 등을 고려할 때 일단「장내」를 택하기로 자세전환을 한 두 김씨의 결단은 잘한 일이다. 특히 사면·복권의 당사자인 김대중씨가 이 문제를 헌특구성과 분리시킨 것은 정국의 물꼬를 터주는 구실을 했다.
아직 구속자 석방이란 장애요인이 남아있기는 하지만 민정당 쪽에서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자세를 보이고 있어 6월 정국은 국민의 희망과 기대를 수용하는 방향이 될 것 같다.
기왕 여야가 국회 헌특을 구성키로 합의한 이상 분위기 조성을 위해서라도 구속자 문제에 좋은 단안이 내려지기를 바란다.
정치적인 이유로 수감된 사람은 현재 1천5백 여명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들에 대한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헌법문제에 대한 절충을 벌이게 되면 누구보다 여당 쪽에 부담이 될 것이다.
정국 주도는 기선을 제압한다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 상대방에 끌려 다니는 형국이어서는 정국을 주도한다고 할 수가 없다. 그 동안 정부·여당은 정국주도의 호재를 갖고도 실기를 한 경우가 너무나 많았다.
그와 같은 맥락에서 볼 때 구속자 석방 문제만 해도 어차피 정부·여당의 정치적 멍에인 이상 너무 이것저것 재게되면 시기를 놓칠 가능성이 있다.
국기에 관련된 사상범이야 제의해야겠지만 집시법 위반정도의 일반정치범에 대한 석방은 빠르면 빠를수록 대국적으로 문제를 푸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헌특구성에 합의함으로써 전반적인 정국은 완화국면에 들어가고 잇따른 고위절충으로 대화와 타협의분위기는 한껏 고조되고 있지만 문제는 지금부터라고 할 수 있다.
여야의 기본구상이「연내개헌」쪽으로 기운 듯 하지만 정치일정에 대한 완전합의까지는 아직 극복해야 할 고비들이 많다.
야 쪽은 헌특의 활동시한을 정기국회 전까지로 못박고있는 반면 민정당은 정기국회에서 처리한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시기부터 합의해야 나머지 정치일정을 차질 없이 운영한다는 점에서 우리는 우선 이 문제에 대한 실무적인 접근을 촉구한다.
헌특의 시한이나 구성비율과 같은 까다로운 문제들 말고도 여야가 각기 안고있는 복잡한 내부사정들이 순탄한 정국전개에 복병으로 나타날지 알 수 없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모처럼 맞은 타협의 기운이「합의개헌」에 이르도록 하기 위해 정치인들은 물론 일반 국민들도 적극적인 협조를 아끼지 말아야한다는 점이다.
사실 정치에서 대경대도이상의 묘수란 있을 수 없으며 또 있어서는 안 된다. 정권적인 차원이 아니라 국가적인 차원에서 문제를 풀어가겠다는 거시적인 시각이 어느 때보다 요구되는 시점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