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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제1야당 더민주 대표에 오른 추미애의 과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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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더불어민주당이 지난 27일 추미애 의원을 대표로 선출했다. 60년 야당사에 대구·경북(TK) 출신 여성 당수가 배출된 건 처음이다. 여성 대통령에 이어 제1야당 대표도 여성이 차지한 건 우리 정치사에 큰 의미를 지닌다. 추 대표의 당선을 계기로 더 많은 여성 정치인이 당과 나라의 요직을 맡아 특유의 화합력과 섬세함으로 정치의 격을 높여주길 기대한다.

 추 대표의 어깨는 무겁다. 더민주 지도부가 친문(친문재인) 일색인 가운데 그 역시 친문 세력의 절대적 지지에 힘입어 대표직에 올랐기 때문이다. 정세균 국회의장과 우상호 원내대표에다 양향자 여성·김병관 청년 최고위원이 모두 친문의 지지로 당선된 건 공공연한 비밀이다. 16개에 달하는 시·도당 위원장 자리도 전남·대구·제주를 제외한 13곳을 친문·친노 인사들이 싹쓸이했다. 추 대표 역시 친문 성향인 3만5000명 권리당원들의 몰표 덕분에 대의원 투표에서 우세했던 이종걸·김상곤 후보를 손쉽게 제쳤다. 그야말로 ‘친문의, 친문에 의한, 친문을 위한 정당’이 ‘친문 대표’를 택한 것이나 다름없다.

 추 대표도 경선 과정 내내 친문 세력을 의식한 행보를 했다.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을 공개 찬성했으면서도 “어쩔 수 없었던 선택”이라 변명하기 바빴다. 김종인 대표에게 탄핵 책임을 돌리는 발언으로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경선에서 이기기 위한 고육지책이었을 수는 있다. 그러나 당의 리더가 된 이상 추 대표는 이제라도 친문 패권주의에 확실히 선을 그어야 한다. 문 전 대표에 대한 건전한 비판조차 ‘이적 행위’라고 몰아붙이는 강경파를 제어하고, 경선 과정에서 상처입은 비노계를 끌어안는 포용력이 절실하다.

 추 대표는 내년 대선에서 더민주의 집권을 견인해야 할 막중한 책무를 안고 있다. 당의 고질병인 운동권식 장외투쟁이나 발목 잡기를 차단하지 못하면 수권 정당의 꿈은 요원할 것이다. 노무현 정부 이후 치러진 두 차례 대선과 세 차례 총선에서 거듭 확인된 사실이다. 더욱이 지금 대한민국은 저성장·청년실업·양극화·저출산의 4중고에 신음하고 있다. 수권 정당이 되려면 성장·분배의 선순환과 경제민주화를 실현할 명쾌한 비전을 제시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러나 추 대표는 경선 과정에서 이렇다 할 경제 공약을 내놓지 못했다. 전북에서 ‘새만금 신공항’을 꺼냈다가 포퓰리즘의 극치란 비난을 자초했고,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도입에 반대해 당의 중도화에 찬물을 끼얹은 것 정도가 기억날 따름이다. 이래선 당내 강경파를 만족시킬 수 있을지는 몰라도 국민 전반의 지지를 얻기란 불가능하다.

 추 대표는 우선 당직 인사를 통해 더민주가 ‘친문당’이 아닌 국민 정당이자 수권 정당임을 보여줘야 한다. 정책위 의장과 사무총장직에 계파색이 없고 경제에 능한 전문가를 앉혀 투명한 당 운영과 고품질 정책 생산을 보장해야 할 것이다. 야권의 모든 대선 주자에게 문호를 개방하고, 공정한 룰을 만들어 경선이 공정하게 치러질 환경을 조성하는 것도 추 대표의 핵심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