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반대는 반정부세력"…주미 외교공관 서명운동 독려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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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미·반정부 세력들이 사드 배치 반대 청원운동을 벌이고 있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한반도 배치와 관련해 미국 내 한인사회에서 진행되고 있는 백악관 청원운동에 대한 주미 외교공관의 주장이다.

사드 반대 백악관 청원 10만 명 돌파
'사드 지지' 청원운동으로 맞대응
서명실적 저조하자 한인사회에 참여 독려
정치 중립 의무 위반 소지 논란 일 듯

미국 한인사회도 사드 찬반 운동이 고조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미국 주재 한국 공무원이 사드 찬성 서명운동을 독려하면서 사드 배치 반대 진영을 '반미 반정부 세력'이라고 규정한 것이다.

미국 백악관이 운영하는 인터넷 청원 게시판 '위 더 피플'에는 '한국 사드 배치 반대', '사드 지지' 청원이 각각 등록돼있다.

반대 청원은 지난 10일 서명자 10만 명을 넘었다. 청원이 등록된 지 26일 만이다. 28일 현재까지 10만7000여 명이 서명에 참여했다. 청원 서명이 10만 명을 넘으면 백악관은 60일 안에 공식 답변을 하도록 되어 있다.

반면 지난 5일 등록된 지지 청원은 서명자가 현재까지 4053명에 불과하다. 등록한 지 30일 안에 10만 명을 충족하지 못하면 청원은 자동 폐기된다. 마감기한은 9월 4일이다.

사드 반대 서명으로 쏠림이 심해지자 주미 외교공관의 파견 공무원이 한인들에게 지지 서명을 독려하고 나선 것으로 보인다. 샌프란시스코 총영사관에서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되어 있다. 이들은 한인 단체 관계자 등에 이메일과 카카오톡 등을 통해 서명 참여를 부탁했다. 이들이 보낸 것으로 알려진 글에는 사드 반대 청원 참여자들을 '반미 반정부 세력'으로 규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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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 배치 찬반 백악관 청원과 관련해 샌프란시스코 총영사관에서 한인단체 등에 보낸 것으로 알려진 메시지. [사진출처=온라인 커뮤니티 `오늘의 유머`]

이 같은 사실은 국내 한 온라인커뮤니티 사용자가 해당 메시지를 공개하면서 알려졌다. 커뮤니티에 글을 올린 장모씨는 "사드 지지 서명운동이 재외동포의 안전과 권익을 보호하는 총영사관의 임무에 맞는 것인지 묻고 싶다"며 "더구나 사드 배치를 반대하는 국민들을 '반미 반정부 세력'으로 몰아붙이는 건 공무원의 임무를 벗어난 행태"라고 비판했다.

사드 지지 서명 독려 메시지가 샌프란시스코 총영사관에서 보낸 것으로 확인되면 국내에서도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법적으로는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 의무 위반 여부가 쟁점이 될 수 있다.

온라인상에서 벌어진 '관제 동원' 논란도 벌어질 수 있다. 현 정부 들어 보수단체들을 동원한 관제 시위 논란은 이슈가 생길 때마다 꼬리를 물었다. 어버인연합 등 우익단체를 각종 친 정부 시위에 활용했다는 의혹도 검찰의 미진한 수사로 결론이 나지 않은 상태다.

한편 한인들의 백악관 청원이 성공한 건 4년 만이다. 지난 2012년의 동해 병기에 관한 청원의 서명자가 10만 명을 넘어 미 국무부가 공식 답변을 내놓은 적이 있다. 당시 청원운동은 버지니아주의 동해병기법을 관철시킨 단초가 됐다. 하지만 민감한 사안의 경우 답변하지 않거나 핵심을 피하는 경우도 있어서 이번 사드 배치와 관련해서도 미 국무부의 입장은 원론적인 수준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유길용 기자 yu.gil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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