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평창-무주 싸움에 팔짱 낀 KOC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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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스포츠계는 지금 큰 혼란을 겪고 있다. 이른바 '김운용 파동'이다. 사태는 2010겨울올림픽을 유치하려던 강원도 평창의 꿈이 지난 2일 체코 프라하 IOC 총회에서 무산되고 난 뒤 시작됐다.

현장을 다녀온 한나라당 김용학 의원이 의원총회에서 "김운용 IOC위원이 평창 유치를 방해했다"고 폭로했고, 국회특위에 출석한 공노명 유치위원장과 이창동 문화관광부장관, 그리고 김진선 강원도지사도 비슷한 내용의 증언을 했다.

김운용 위원은 "절대 그런 일 없다"고 부인했고, 국회 특위는 아직도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어정쩡한 상태다.

이제 사태는 엉뚱한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 격분한 강원도민들은 여의도로 몰려가 김운용 위원 화형식을 하는 등 규탄대회를 했다. 그런가 하면 무주 군민들은 춘천으로 몰려갔다.

지난해 5월 한국올림픽위원회(KOC)의 중재로 강원도지사가 써준 '2010년 올림픽 유치에 실패하면 2014년은 전라북도에 우선권을 준다'라는 각서를 지키라는 요구다.

아직 하나의 문제도 해결되지 않았는데 2014년 개최지 문제를 놓고 강원도와 전라북도가 대립하는 양상이 된 것이다.

문제는 이런 상황에서 대한체육회나 KOC가 팔장을 끼고 있다는 점이다.

이연택 대한체육회장 겸 KOC 위원장은 국회특위 때 "2014년 문제는 차후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대한체육회 관계자는 23일 "이 문제 해결을 위한 대책은 아직 없다. 아직 우리가 나설 상황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강원도와 전북 주민들끼리 대립하거나 불상사가 빚어져서는 안된다. 더 이상 문제가 커지기 전에 KOC가 나서야 한다. 각서 문제도 KOC가 풀어야 한다.

당시 상황을 소상히 밝히고 문제 해결을 모색해야 한다. KOC로서도 '우리도 정치 논리에 당했다'며 억울해할 수 있지만 분명한 것은 사태를 해결해야 할 당사자라는 것이다.

성백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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