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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슷한 대입 전형도 비용은 천차만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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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외고 3학년인 B양은 다음 달 12일 시작되는 수시모집을 앞두고 고민이 많다. 원서 접수 비용이 만만치 않아서다. 교내대회 수상 실적과 동아리 회장 활동 등 비교과 영역에서 쌓아온 경쟁력을 바탕으로 6곳에 원서를 내기로 했다. 연세대 일반논술전형·서강대 논술전형·고려대 융합인재전형·경희대 네오르네상스전형·이대 미래인재전형·한양대 학생부종합전형 등 6개 대학에 내는 전형료를 합해보니 45만원이었다. B양은 "전형료 너무 비싸 부모님께 부담을 드리는 것 같다"며 "같은 학생부종합전형인데 한양대는 5만원이고 경희대는 9만5000원인 걸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전체 대학 신입생의 70.5%를 선발하는 수시모집 원서접수를 앞두고 수험생들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자신에게 유리한 전형이 무엇인지 선택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6번의 지원 기회가 주어지는 수시모집에서 전형료 부담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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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4년제 대학 200곳 입시 전형료 수입 현황 ※자료: 더불어민주당 안민석 의원실

지난해 대학 수시모집에서 전형료 수입이 가장 많은 곳은 경희대였다. 26일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교육부에서 받은 '2015년 4년제 대학별 입시 전형료 수입 현황' 자료를 분석한 결과다. 경희대는 수시 모집 전형료로 57억3012만원을 거둬들였다. 고려대가 54억6749만5000원, 성균관대가 52억575만원으로 뒤를 이었다. 4년제 대학 200곳이 수시 모집에서 받은 전형료는 총 1257억188만5454원에 이른다.

수시와 달리 원서를 한번만 낼 수 있는 정시 모집에서는 전형료 수입이 뚝 떨어진다. 정시에서 가장 많은 전형료를 기록한 곳은 중앙대(8억5665만원)다. 단국대가 7억3335만5000원으로 뒤를 이었다. 수시에서 가장 높은 전형료를 기록했던 경희대는 7억3245만원에 그쳤다. 200개 대학이 거둬들인 정시 전형료 합계는 301억8247만6745원으로 수시 전형료의 4분의 1 수준이다.

수시는 대학마다 전형이 다양한만큼 전형료도 천차만별이다. 가장 비싼 전형료를 받는 대학은 연세대다. 특기자전형 국제계열, EIC(동아시아국제학부) 전형, 글로벌엘리트학부 전형 모두 14만5000원을 받는다. 주요 대학 중 가장 싼 전형료를 받는 곳은 한양대 학생부교과전형과 건국대 학생부전형으로 4만원이다.

황정원 연세대 입학팀장은 "전형 단계가 복잡하고 지원자가 많을수록 비싸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외국 고교를 졸업한 학생이 지원할 수 있는 국제계열 특기자 전형의 경우 서류를 일일이 살펴보고 평가단의 의견을 종합해 합격 여부를 가려내야 한다. 황 팀장은 "학생부·자기소개서·추천서 등 3개의 서류만 컴퓨터로 살펴보면 끝나는 국내 고교생의 서류 심사보다 몇배의 공력과 시간이 들고, 이에 비례해 비용이 발생하는 게 당연하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학부모들은 비슷한 전형인데도 전형료가 천차만별인 것에 대해선 납득하기 어렵다. 고3 자녀를 둔 학부모 C씨는 "이화여대 국제학특기자 전형은 12만원, 서강대 알바트로스특기자전형이 12만원, 고려대 국제인재전형 11만원, 한국외대 외국어특기자전형은 7만원인데 이와 비슷한 연세대 전형만 비싼 건 이해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황 팀장은 "고려대는 해외고 출신을 따로 전형하지 않고 서강대 알바트로스는 인문사회계열에 국한해 선발하는 등 연세대에 비해 전형이 단순하다"며 "전형료가 비싸다는 것에만 집중할 게 아니라, 얼마나 섬세하게 학생을 심사하고 있는지에도 주목해달라"고 해명했다

주요 대학의 경우 여러 전형 중에서도 논술전형에 응시자들이 많이 몰린다. 경희대 논술전형 경쟁률은 60대 1을 웃돈다. 고려대는 50~60대 1 수준이고, 수능 전에 논술시험을 치르는 연세대의 경우 30대 1 정도다. 임진택 경희대 입학사정관은 "내신의 불리함을 만회할 수 있는 전형이라는 생각에 여러 학생이 논술 전형에 응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논술전형의 전형료는 6만5000원 선으로 대학마다 비슷한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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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4년제 대학 200곳 입시 전형료 수입 현황 ※자료: 더불어민주당 안민석 의원실

일반적으로 학생부교과전형보다 학생부종합전형의 전형료가 더욱 비싼데 이는 심사 단계가 복잡해서다. 학생부교과전형은 1단계 서류를 정량적으로 비교 분석해 합격자를 골라내는 경우가 많은 반면, 학생부종합전형은 1단계 서류 심사와 2단계 면접을 거치는 게 일반적이다. 학생부종합전형의 하나인 경희대 네오르네상스전형의 경우 9만5000원의 전형료를 받는데, 이중 7만원은 1단계 서류 심사에, 2만5000원은 2단계 면접 평가에 들어간다. 중앙대는 영화·연출 전공자를 선발하는 실기전형의 경우 1단계 서류평가에 1만원, 2단계 면접 7만원, 3단계 실기로 3만원이 책정돼 총 11만원의 전형료를 납부하는 구조다.

심사 절차가 여러 단계로 나눠진 전형에 응시한 학생을 위한 '전형료 환급 기준'도 마련돼 있다. 원서 접수할 때는 심사 전 단계에 필요한 전형료 총액을 납부하고, 중간 단계에서 탈락하면 이후 응시할 수 없는 남은 단계의 비용은 환급해주는 게 원칙이다. 중앙대 영화·연출 실기전형에 응시한 학생이라면 원서 접수시 11만원을 내고, 1단계 서류에서 탈락했을 때 10만원을 돌려받는 식이다.

환급 규정이 또 있다. 수시와 정시는 물론 추가 모집까지 모두 완료된 단계에서 대학이 모든 전형료를 정산한 뒤 남은 금액이 있을 경우, 이를 전체 응시자에게 균등하게 분할해 나눠줘야 한다. 지난해 전형료 환급률은 4.9%에 그쳤다.

서울의 한 일반고 교장은 "전형료 책정을 대학 자율에 맡긴 데다 회계 감사 등 견제 장치가 없어 환급이 제대로 되고 있는지 의문이다"고 말했다. 안민석 의원은 "대학 전형료를 무조건 낮추자는 건 아니지만, 수험생과 학부모들이 납득할 수 있는 수준의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박형수 기자 hspark9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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