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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사스타킹]⑦ 동네책방 '책맥 토크'에 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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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맥주! 훌륭한 조합이지 않습니까? 특히나 동네에서 책과 맥주를 함께 할 수 있다면, 그것도 좋은 사람들과 함께 말입니다.

이런 낭만을 꿈으로만 간직하지 않고 실천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이른바 ‘동네 서점’을 연 동네 형, 동네 누나들이지요. 망원동에도 동네 서점이 몇 곳 있습니다. 동네 서점은 일반적으로 인터넷서점과 대형서점 위주로 재편되어 버린 우리 출판계에 대안적인 움직임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망원동의 동내서점은 개성을 담은 공방, 작업실 등과 비슷하게 개인의 만족과 동네 주민들과의 소통을 중심에 놓은 곳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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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원동 <어쩌다 가게>가 자리한 동네 골목길

동네 서점의 장점은 베스트셀러 위주, 마케팅 중심의 책 판매와 달리 서점 주인이 북 디렉터처럼 좋아하는 책, 가치가 있는 책을 선별해서 가져온다는 점입니다. 언제든 책방 형, 누나, 동생과 맛있는 책에 대해 수다도 떨고 의견을 나눌 수도 있지요. 소규모 공연을 열고 책과 관련된 이벤트를 열기도 합니다. 큰길가가 아닌 동네 깊숙한 곳에 자리 잡은 동네 책방들, 그곳을 찾아 봤습니다.

? 어쩌다 들린, <어쩌다 책방>

지난 10일 저녁 7시 30분, 망원동 <어쩌다 책방>에는 13명의 여성들이 긴 원목테이블 위에 맥주를 한 병씩 앞에 놓고 앉았습니다. ‘책맥(책+맥주)토크’에 참석한 이들입니다. 이분들은 ‘각자의 오독’이란 주제로 『다시, 책은 도끼다』 에서 읽은 감명 깊은 구절을 나누고 있었습니다. 맥주를 마시며 책에 대한 수다를 떠는 낭만을 실천중인 분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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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맥토크 '어쩌다 오독'의 진행 현장

저는 동네 서점의 모습도 궁금하고 ‘책맥 토크’가 어떤식으로 진행되는지가 궁금해서(사실은 부러워서) 토크를 기획한 쪽에 부탁해 취재를 요청했습니다. 물론 책‘맥’ 토크인 만큼 살짝 맥주를 마시며 취재하는 여유를 부릴 요량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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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웅현 작가와 함께 한 책맥 토크

이번 책맥토크는 특정 작가와 책을 정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형태였습니다. <어쩌다 책방>은 매달 작가 1명을 정해 책방 주인으로 지정하는데요, 이달은 『책은 도끼다』의 저자인 박웅현씨가 책방 주인이었습니다. 이날은 박웅현씨가 참여하는 책맥 토크였구요.

13명의 자기 소개를 들어보니 주로 인스타그램을 보고, 페이스북에서 보고 책맥토크에 참가한 분들이었습니다. 망원동에 거주하는 동네 주민 뿐 아니라, 광주와 대구에서 작가를 만나기 위해 올라왔다는 독자를 포함해 광고기획자가 꿈인 고등학생(고등학생은 맥주대신 주스!)까지 참여했습니다. 각자 사연은 달랐지만, 책에 대한 사랑은 모두 공통점이었습니다. 저는 책과 맥주 중 하나를 고르라면, 책보단 맥주일텐데 말입니다. 맛깔나던 맥주는 같은 건물 맥주 셀렉샵 <위트위트>에서 지원한 맥주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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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가게> 내 맥주샵 <위트위트>

이후 2시간여 동안 감명 깊게 읽은 구절을 나누는 등 한참 책맥 토크가 진행됐고, ‘박웅현’ 작가가 토크에 참여하며 분위기는 더욱 후끈해졌습니다. 요리사를 꿈꾸며 2달전 서울로 상경했다는 분은 ‘욕망’에 대해 질문했고, ‘꿈’을 고민하는 고등학생 독자를 향해선 언니들의 조언이 쏟아졌습니다. 그날 처음 만난 낯선 이들이 책이라는 주제로 만나 함께 의견을 나누고 어울리는 모습은 대형서점과는 또 다른 동네책방이 가진 매력이었습니다. 동네라서 더 부담없고, 동네라서 더 따스하고, 동네라서 더 밀도 있는 이야기와 만남이 가능했던거죠. 그날 책맥토크 이후에 책‘소’토크가 이어졌는지는 알지 못합니다. 하지만 다음엔 취재 말고 토크에 참여하러 다시한번 책방을 꼭 들려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음달 <어쩌다 책방>에선 김민철 작가를 한달간 주인장으로 모시고 『모든 요일의 여행』이란 책을 주제로 책맥토크가 있을 예정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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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가게>
 망원동 57-194 (서울특별시 마포구 월드컵로19길 74)
02-3144-7147
SNS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uhjjuhdah/
인스타그램 @uhjjuhda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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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가게>망원점. 인스타그램 @uhjjuhdah 캡처

+덧대어 : <어쩌다 책방>은 망원동에 새로 생긴 <어쩌다 가게> 2호점 내에 자리한 비 라운지(B LOUNGE)의 프로젝트형 책방입니다. <어쩌다 가게> 자체도 흥미로운데요, 연남동에서 첫 선을 보인 가게로 일종의 컨셉 및 공간 쉐어 샵의 모습을 띄고 있습니다. 거주를 위해 마음 맞는 사람들이 집을 공유하는 ‘쉐어 하우스’처럼, 가게를 열고 싶은 이들이 모여 한 건물 내에 ‘쉐어 샵’을 만드는 거지요. 언젠가 <어쩌다 가게>을 탐방해 보고 이야기를 들려드리겠습니다.

+덧대어2 : 책맥토크에 참여하며 느낀 건 이런 문화 모임에 참여하는 남성들이 그렇게 많지 않다는 것입니다. 이날만 하더라도 13명 참석자 전원이 여자였죠. 박웅현 작가도 “이런 모임을 가보면 대부분이 여성독자”라고 말했습니다. 물론 다른 동네 책방 <스몰 굿띵>에서 열렸던 책맥투어에는 남성 분들도 몇분 참석하신 듯한 사진을 봤지만, 생각보다 남성 분들이 이런 문화에 익숙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남자 분들은 다들 어디가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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