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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바루기] ‘그사이’와 ‘그 사이’의 거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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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올림픽이 끝나고 국가대표 선수단이 금의환향했다. “4년 전 메달을 눈앞에 두고 눈물을 흘렸던 김연경은 그사이 한 단계 더 도약해 있었다” “선수와 감독, 그 사이에는 굳건한 믿음이 존재했다” 등 이들의 투혼에 얽힌 뒷이야기와 훈훈한 미담이 쏟아졌다.

올림픽과 관련된 기사들을 보면 유독 ‘그사이’라는 표현이 눈에 자주 띈다. ‘그사이’는 조금 멀어진 어느 때부터 다른 어느 때까지의 비교적 짧은 동안을 의미하는 단어다. 올림픽이 4년마다 열리는 대회이다 보니 4년간의 노력이나 경과를 나타내는 표현으로 ‘그사이’가 종종 쓰이는 것이다.

그런데 ‘그 사이’를 띄어 쓰게 되면 의미는 전혀 달라진다. “그는 까마득한 선배와 어린 후배들, 그 사이에서 중간 역할을 잘해 주었다”에서처럼 어떤 공간에서부터 다른 공간까지의 거리를 의미하게 된다. “선수와 감독, 그 사이에는 굳건한 믿음이 존재했다”의 경우에도 ‘선수’와 ‘감독’ 간의 공간적 거리를 표현하고 있으므로 ‘그 사이’와 같이 띄어 쓰는 게 적절하다.

‘그사이’와 ‘그 사이’는 결국 ‘시간’과 ‘공간’에 따라 나뉜다고 생각하면 구분하기 쉽다. ‘시간의 거리’를 의미하면 붙여 쓰고(그사이), ‘공간의 거리’를 의미하면 띄어 쓴다(그 사이)고 기억하면 된다.

‘그사이’의 준말은 ‘그새’인데, ‘그새’가 시간적 거리감을 의미한다는 걸 생각하면 더 기억하기 쉽다. ‘그새’로 바꿔 쓸 수 있다면 한 단어인 ‘그사이’, 바꿔 쓸 수 없다면 ‘그 사이’처럼 띄어 쓴다고 생각하면 된다.

김현정 기자 nomad@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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