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루기] 전기세가 아니라 전기요금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8면

“전기세가 아니라 전기요금이에요.”

며칠 전 한전 사장이 국회 당정회의에서 한 말이다. 세금은 소득에 따라 부과하는 것이고 요금은 사용량에 따라 부과하는 것인데 표현이 혼재되면서 전기요금의 정체성에 문제가 있었다는 취지로 한 말이다. 그만큼 일상적으로 ‘전기요금’이란 말보다 ‘전기세’라는 말이 많이 쓰이고 있고 전기료를 세금으로 인식하는 국민이 많다는 얘기다.

세금과 요금의 차이는 강제성과 선택의 여지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세금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강제로 거두어 들이는 돈이다. 주민세·부가가치세·소득세 등이 있다. 반면 요금은 어떤 것을 이용하고 그 대가를 지불하는 것이다. 지하철·버스·택시요금 등이 대표적이다. 요금은 어느 것을 이용하고 합당한 대금을 지불할지 개인의 선택이 가능하다.

전기는 내가 사용하고 싶은 만큼 쓰고 내는 돈이기 때문에 세금이 아니라 요금이 맞다. 하지만 ‘전기요금’이 아니라 ‘전기세’라 불러온 데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한전에서 공급하는 전기 이외에는 달리 선택의 여지가 없고 더군다나 세금에만 있는 누진제까지 존재하기 때문이다. 기록적인 폭염에도 불구하고 요금 폭탄이 무서워 에어컨을 마음대로 틀지 못하는 누진제가 특히 문제가 되고 있다. 밥 한 숟가락 입에 넣고 벽에 매달린 굴비를 한 번 쳐다봐야 하는 옛이야기가 따로 없다.

 ‘전기요금’ 또는 ‘전기료’가 정확한 표현이지만 국립국어원은 ‘전기세’도 전기료를 일상적으로 이르는 말이라고 사전에 표제어로 올려 놓았다.

배상복 기자 sbbae@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