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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토이 스토리 시리즈만 봐도 3D의 진화 한눈에 보이죠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도리를 찾아서’의 바다는 실제 바닷속의 모습과 차이가 없습니다. ‘겨울왕국’의 얼음은 진짜 얼음처럼 투명하고요. 1980년대만 해도 사정은 달랐죠. 바다는 파란색, 얼음은 하얀색에 하늘색을 살짝 섞어 표현하는 식이었거든요. 약 30년 전, 입체적인 3D 애니메이션이 도입된 게 가장 큰 변화의 계기였는데요. 이후 기술 발전과 함께 애니메이션도 하루가 다르게 진화했습니다. 미국의 대표 애니메이션 제작사들인 월트 디즈니 스튜디오·픽사·드림웍스 픽처스의 역대 작품들을 통해 3D 애니메이션의 변천사를 살펴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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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가 처음 컴퓨터 그래픽을 사용한 애니메이션 ‘인어공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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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녀와 야수’의 무도회 장면은 컴퓨터 그래픽으로 만든 3D 무도회장에 애니메이터가 그린 2D 캐릭터를 합성해 완성시켰다.

3D 배경에 2D 캐릭터를 합성시킨 디즈니
1989년 ‘인어공주’가 탄생하기 전까지 월트 디즈니의 작품들은 모두 애니메이터들의 손끝에서 탄생했죠. 그러다 컴퓨터가 작업한 장면이 처음으로 애니메이션에 등장합니다. 애니메이터들이 연필로 그린 스케치를 스캔해 ‘CAPS(Computer Animation Production System)’란 컴퓨터 프로그램이 색칠해 완성시킨 거예요. 결과에 만족한 디즈니는 이후 모든 만화를 컴퓨터로 그립니다. ‘미녀와 야수’(1991)에서 두 주인공이 왈츠를 추는 장면은 3D 배경에 2D 캐릭터들을 합성해 탄생시킨 장면인데요. 360도로 회전하는 카메라가 촬영한 듯 만들어진 무도회장 배경은 기존의 2D 애니메이션 제작 방식에선 구현할 수 없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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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 그래픽으로만 제작된 첫 애니메이션인 픽사의 ‘룩소주니어’.

순수 컴퓨터 그래픽 애니메이션을 최초로 만든 픽사
픽사 최초의 3D 애니메이션인 ‘룩소주니어’(1986)의 러닝타임은 2분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그 의미는 매우 크죠. 이전까지 컴퓨터 그래픽은 ‘트론’ 등의 SF영화에서 극히 일부분 사용됐습니다. 반면 이 작품은 전체가 컴퓨터로 작업된 데다, 사물들의 움직임 역시 무척 자연스럽죠. 공이 구르는 속도, 선의 움직임 등을 수학 알고리즘으로 계산한 후 반영해 디지털 이미지를 만든 덕분입니다. 또 무생물인 램프의 감정을 고갯짓이나 뛰는 모습 등을 통해 표현한 창의적인 발상도 이 작품이 높이 평가받는 이유죠. 2년 후 픽사는 ‘틴 토이’란 단편 애니메이션을 통해 세계 최초로 컴퓨터로 인간 캐릭터를 만드는 데 성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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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이 스토리 2’의 주인공 버즈와 우디. ‘토이 스토리1’에 비해 우디가 입고 있는 옷의 표현이 섬세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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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크레더블’의 네 주인공. 의상과 배경은 물론, 머리카락과 피부까지 매우 섬세한 표현이 돋보인다.

기술 변화를 그대로 담은 픽사의 장편 애니메이션
8편의 단편 애니메이션을 줄줄이 성공시킨 픽사가 처음 만든 장편이 바로 ‘토이 스토리 1’(1995)입니다. 하지만 인물 표현이 아직 부자연스럽죠. 앤디가 입고 있는 옷엔 주름이 잡히지 않고, 피부는 플라스틱 장난감 표면과 별 차이가 없거든요. 픽사는 4년 후 ‘토이 스토리 2’에서 한층 진보한 기술을 선보입니다. 옷엔 주름과 그림자가 생겼고, 1만 개의 세부 이미지 덕에 피부와 표정은 한결 자연스러워졌죠. ‘몬스터 주식회사’(2001)에서 3백만 가닥의 털은 주인공 ‘설리’의 몸 위에서 매우 정교하게 움직이는데요. 물리학을 토대로 동작이나 바람에 따라 변화하는 털의 움직임을 정확히 계산해 구현한 것이랍니다. 2004년 개봉한 ‘인크레더블’은 지금까지 제작된 3D 애니메이션 중 기술적으로 가장 탁월한 작품으로 꼽히죠. 인물의 피부와 의상은 물론, 애니메이터들이 가장 어려워한다는 물과 머리카락까지 완벽히 표현한 덕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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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렉 1’의 슈렉과 덩키. 덩키의 털과 슈렉의 보풀이 일어난 스웨터·가죽조끼 등이 사실적으로 표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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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스터 주식회사’의 설리와 마이크. 설리의 몸은 컴퓨터 그래픽으로 제작된 300만 개의 털로 뒤덮여 있다.

첨단 그래픽 기술이 모두 모인 드림웍스의 ‘슈렉’
드림웍스 픽처스의 ‘슈렉’ 시리즈엔 첨단 그래픽 기술이 총집합해 있습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안면근육 애니메이션 시스템’으로 만든 캐릭터 표정이죠. 이 프로그램은 컴퓨터로 그린 두개골 위에 근육과 피부를 붙인 후, 이를 사람의 신경 역할을 하는 전선과 일일이 연결해 자연스러운 표정 변화를 만들어냅니다. 몸의 움직임은 ‘쉐이퍼’란 프로그램이 담당했죠. 몸 안쪽의 뼈를 제어하면 그 위에 붙어있는 근육과 피부가 움직이고 이를 따라 피부 위의 옷도 함께 움직이는 원리입니다. 이 밖에도 드림웍스는 450개 캐릭터를 한 번에 만들 수 있는 ‘디지털 돌 하우스’ 프로그램으로 검투 장면 속 수많은 군중을 만들었습니다. 비슷한 원리를 활용한 ‘디지털 그린 하우스’란 프로그램을 통해선 2만8000여 나무들로 둘러싸인 초록 숲을 그려냈죠. 총 30억 개에 달하는 나무 잎사귀들은 바람에 흔들리는 모습까지 매우 사실적으로 표현됐어요. 슈렉이 용암 위를 지날 때 등장한 불꽃과 불기둥에는 ‘지오메트리’ 기술이 적용됐는데요. 수많은 종류의 불을 자료로 한 프로그램을 활용해 매우 조밀한 입자들로 불꽃을 만든 후 여기에 다양한 효과를 넣어 완성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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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D 애니메이션계 대표 라이벌 ‘픽사 vs 드림웍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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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사
디즈니표 셀 애니메이션이 만화계를 주름잡던 1986년, 픽사는 시그라프(SIGGRAPH, 컴퓨터 그래픽 분야에서 가장 규모 있는 컨퍼런스)에서 단편 ‘룩소주니어’로 혜성처럼 등장합니다. 컴퓨터 그래픽 기술이 전무했던 당시 상황을 생각하면 이들의 작품은 정말 획기적인 것이었죠.

3D 애니메이션의 세계 - 변천사

픽사의 힘은 무엇일까요. 탄탄한 자본? 오랜 역사? 아닙니다. 룩소주니어를 만든 존 라세터는 픽사를 설립하기 전, 디즈니 스튜디오에서 해고당한 애니메이터였죠. 픽사의 그래픽 기술 책임자로 성장하는 애드 캣멀은 컴퓨터과학과 대학원생에 불과했습니다. 둘의 공통점이 있다면 컴퓨터 그래픽을 이용해 장편 애니메이션을 만들겠다는 꿈이었죠. 영화 ‘스타워즈’의 감독 조지 루카스는 이들의 잠재력을 일찌감치 알아본 사람 중 하나입니다. 그는 둘을 자신의 영화사 컴퓨터 부서에 스카우트하죠. 하지만 1985년, 경영난에 처한 루카스는 별다른 실적을 내지 못한 컴퓨터 부서를 정리합니다. 이때 이 부서를 사겠다고 나선 사람이 바로 애플의 창업자 스티브 잡스죠.

이 배짱 넘치는 사업가의 투자로 라세터와 캣멀은 자신들의 꿈을 이루게 됩니다. 2006년엔 이것이 완전히 성공했음을 입증하는 계약을 맺죠. 디즈니가 74억 달러를 들여 픽사를 인수한 겁니다. 이날, 20년 전 이곳에서 쫓겨난 라세터는 기울어가는 디즈니 왕국의 구원투수로 등극했죠. 자본도, 명성도 없이 초라하게 시작했지만 도전만큼은 멈추지 않았던 ‘다윗’ 픽사가 ‘골리앗’ 디즈니와 어깨를 나란히 한 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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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림웍스 픽처스
드림웍스 픽처스의 다른 이름은 ‘드림웍스 SKG’입니다. 여기서 ‘S’와 ‘G’는 세계적인 영화감독 스티븐 스필버그와 존 레넌·밥 딜런 등 유명 가수들의 음반을 제작한 데이비드 게펜의 이니셜을 딴 것이죠. ‘K’는 10년 동안 디즈니의 최고경영자로 일하며 인어공주·라이언킹 등을 제작한 제프리 카젠버그의 이니셜을 딴 것인데, 이 세 명의 실력자가 모여 1994년 드림웍스 픽처스를 세웠습니다.

3D 애니메이션계에서 드림웍스는 픽사의 가장 강력한 라이벌로 통합니다. 둘의 대결은 픽사가 ‘벅스라이프’를, 드림웍스가 ‘개미’를 내놓았던 1998년부터 시작되죠. 둘 다 젊은 수캐미가 주인공입니다. 주인공이 악당을 물리쳐 개미 왕국을 구하고 공주의 사랑을 얻는다는 결론도 비슷해요. 하지만 벅스라이프의 주인공 ‘플릭’은 정의롭고 모험심 넘치는 전형적인 주인공 특성을 가지는데 비해, 개미의 주인공 ‘Z’는 엄격한 신분제 사회에서 자유를 찾기 위해 노력하는 등 현실적인 성격을 띤다는 게 차이입니다.

뻔하지 않은 캐릭터는 드림웍스 애니메이션의 매력으로 꼽히죠. 드림웍스를 세울 당시 카젠버그는 “디즈니와 전혀 다른 길을 걷겠다”고 선언했는데요. 이는 왕자의 키스가 아니면 깨어날 수 없는 수동적인 공주, 악당을 무찌르는 잘생긴 왕자, 못생기고 괴팍한 마녀 등 디즈니식 뻔한 캐릭터를 등장시키지 않겠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실제로 초록 괴물 슈렉은 소심하나 피오나 공주는 대범했고, ‘메가마인드’의 주인공은 어린 시절 상처로 악당이 됐다가 아픔을 극복하고 영웅이 되죠.


‘드림쏭’과 ‘달빛궁궐’ 시사회 응모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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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중이 2D와 3D의 차이를 느낄 수 있는 시사회를 마련했습니다. 창덕궁을 배경으로 한 시공초월 판타지 2D 애니메이션 ‘달빛궁궐’과 음악을 향해 모험을 떠난 어드벤처 3D 애니메이션 ‘드림쏭’입니다. 둘 중 하나를 고른 후, 영화를 보고 싶은 이유와 이름·학교·학년·연락처와 신청 매수를 적어 e메일(sojoong@joongang.co.kr)로 보내주세요. 각 팀당 2~4매씩이며 당첨자 개별 공지합니다.

●드림쏭 일정 8월 31일(수) 오후 5시 ●장소 서울 롯데시네마 월드타워점 ●신청 8월 28일(일) 자정까지
●달빛궁궐 일정 8월 31일(수) 오후 6시 30분 ●장소 서울 용산 CGV ●신청 8월 28일(일) 자정까지



글=이연경 프리랜서 기자 sojoong@joongang.co.kr
사진=월트 디즈니 코리아, 참고 도서=『픽사』(과학동아북스), 『애니메이션』(이화여자대학교 출판부), 『픽사이야기』(흐름출판), 『신화, 영화와 만나다』(아모르문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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