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인비가 돌아왔다…"리우 올림픽을 골프 인생의 하이라이트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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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인비가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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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리우 바하 다 올림픽 골프 코스에서 열린 여자 골프 2라운드. 박인비(28·KB금융그룹)가 10언더파 단독 선두로 경기를 끝내자 기자실은 술렁였다. 박인비의 선전에 관심을 보인 건 한국 언론사 뿐이 아니었다. 미국 골프채널의 렉스 호가드 기자는 “부상으로 침묵했던 박인비가 올림픽에서 화려한 복귀를 하면서 ‘올림픽의 위로상’은 사라졌다”고 평가했다.

박인비가 박인비로 돌아왔다. 박인비는 대회 1라운드에서 5언더파 공동 2위에 오른 뒤 2라운드에서 버디 6개와 보기 1개를 묶어 5타를 더 줄였다. 스테이시 루이스(31·미국)에게 1타 차 단독 선두다.

박인비는 시즌 초 왼손 엄지 손가락 부상을 당한 뒤 전혀 박인비답지 않은 경기를 했다. 4월 이후 4개 대회에 출전했지만 한 번도 완주하지 못했다. 1라운드를 마친 뒤 두 차례 기권했고, 나머지 두 번은 컷 탈락했다. 6번의 라운드에서 기록한 스코어는 무려 28오버파였다. 손가락 통증 때문에 비거리 평균도 227야드로 크게 줄었다.

그러나 박인비는 이번 대회에서 완전히 달라졌다. 박인비는 1,2라운드에서 티샷 정확도 88.46%, 아이언 샷 그린적중율 88.89%를 기록했다. 전체 60명의 출전 선수 중 티샷 정확도는 공동 11위, 그린적중율은 1위였다. 손가락 통증으로 줄었던 비거리도 244.8야드로 다시 늘어났다. ESPN의 밥 해리그 기자는 “박인비가 올림픽을 통해 녹이 슬었던 샷감을 완전히 털어내고 있다”고 했다.

녹슬었던 샷감을 털어낸 대신 박인비의 얼굴에는 주근깨가 더 새까매졌다. 박인비는 “올해가 프로 10년 차인데 내 골프 인생에서 이렇게 연습을 많이 했던 적이 없는 것 같다. 메이저 대회는 이번이 아니면 다음에도 기회가 있지만 올림픽은 4년에 한 번 뿐이다. 이번 올림픽을 내 골프 인생의 하이라이트로 만들고 싶다”고 했다.

박인비의 얼굴은 비장해보이기까지 했다. 11일 리우에 입성한 박인비는 평소와 달리 인터뷰도 꺼렸고 말을 아꼈다. 박인비는 “오랜 고민 끝에 올림픽 출전을 결심했을 땐 ‘이게 끝이라고 생각하고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쏟아붓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19일 2라운드를 마친 박인비는 숙소로 돌아가 아이스 팩으로 손가락 통증을 달랬다. 이번 대회를 마친 뒤에는 귀국해 2~3주간 정밀검사를 하고 치료를 받기로 예정돼 있다. 박인비는 “통증이 없는 건 아니지만 경기에 몰입할 때는 잘 모르겠다. 사실 지난 해 거둔 메이저 2승도 모두 허리나 어깨가 아픈 상태에서 나왔다. ‘아픈 선수 조심하라’는 말이 있듯이 결과는 모른다. 최상의 상황은 아니지만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박인비는 이날 일부 외신에서 보도한 ‘은퇴설’에 대해 강하게 부인했다. 박인비는 “‘아이를 낳은 후 복귀할 지 모르겠다’는 말이 오해를 산 것 같다. 아직 은퇴 계획이 없다”고 못박았다. 박인비측은 “지카 바이러스 염려로 당장은 아이를 갖고 싶어도 못 갖는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8월 6일 결혼식을 올린 ‘새 신부’ 루이스는 남편 재러드 채드웰(39)이 보는 앞에서 최고의 경기를 펼쳤다. 1라운드에서 1언더파를 기록한 루이스는 경기를 마친 뒤 휴스턴대학 여자 골프팀 코치인 채드웰에게 스윙 점검을 받았다. 백스윙 때 헤드가 과도하게 넘어가는 것을 바로잡은 루이스는 2라운드에서 무려 11개의 버디를 잡고, 더블보기 1개와 보기 1개로 8타를 줄였다. 루이스는 “박인비가 결혼 이후 프로 출신 남편의 도움을 받아 안정감 있게 선수 생활을 하는 것을 보고 부러웠다”며 “결혼식 뒤 며칠 간 여행을 가서도 눈을 뜨자마자 라운드를 하러 나갔다. 남편에게 미안한 마음을 메달로 갚고 싶다”고 했다.

리우=이지연 기자 easygolf@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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