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돈 쓰기 힘들어 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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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정부가 종래의 느긋한 태도를 바꾸어 적극적인 통화수속에 나섰다.
일반 기업이나 개인은 은행으로부터 돈을 빌기가 더욱 어려워질 전망이다.
정부는 시중에 돈이 너무 많이 풀려 있는 상태인데다가 앞으로 수출지원 등 정책금융과 국제 수지의 흑자전환에 따른 해외 부문에서의 통화살포 요인을 중시, 유동성 흡수 강화정책으로 전환했다.
이러한 방침에 따라 국가 당국은 24일 1천4백억 원 어치의 통화안정 증권을 발행하는 것을 비롯, 4∼5월중 3천억 원의 통화안정 증권을 수가발행하기로 했다.
올 들어 지금까지 통화환수를 위해 발행한 통화안정 증권은 모두 9백억 원이다.
또 올해 2천억 원 한도로 정해 놓은 재정안정증권 가운데 아직 남아 있는 1천3백15억 원도 4∼5월중에 모두 발행, 보험회사·투신 등에 인수시킬 방침이다.
이 밖에 정부는 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국공채를 시중에 매각, 돈을 빨아들이도록 하고 각 기업에 대해선 신규대출보다 유상증자나 회사채를 발행, 소요자금을 조달하도록 각 거래은행을 통해 유도하기로 했다.
이 같은 통화당국의 강력한 유동성 흡수정책에 따라 단자사채 등 시중금리가 오름세를 보이고 있을뿐더러 증권시장의 열기가 식어 가고 있다.
기업이나 개인은 은행으로부터 돈을 빌기가 아주 어려워졌다는 비명이 나오기 시작했다.
대기업들도 점차 제2 금융권에서 돈을 빌어 쓰지 않으면 안될 시점이 곧 올 것 같다. 앞으로 풀 돈은 중소기업·수출지원 금융 등만 해도 수요가 많아 기업 일반대출은 빠듯해 질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정부가 이같이 통화수속으로 방향을 바꿀 수밖에 없는 것은 과잉유동성으로 인한 인플레 우려다
지난 3월말 현재 총 통화(M2)는 작년 동기대비 17·2%나 크게 불어났고 3월중에만 총통화 기준 5천9백79원이 늘어났다.
작년 3월에는 1천3백50억 원이 증가했었다.
해외로부터 들어온 외화가 나간 것보다 2억 달러(순 해외자산)많아 이로 인한 원 화 살포가 주인이 되었고 여기에 수출금융·설비투자 지원자금·중소기업 자금·부품 및 소재산업지원 등 정책금융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통화당국자는 시중의 유동성은 적정 선에서 유지되도록 수속대책을 세워 나가겠지만 중소기업이나 소재·부품산업·설비투자 등 정책자금은 주름살이 안 가게 필요한 만큼 무제한 공급하겠다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따라서 일반자금은 죌 수밖에 없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정인용 재무장관은 24일 아침 국책은행장 및 7개 시중 은행장들과 대한상의 클럽에서 조찬회를 갖고 통화수속으로 바꾼 정부의 방침을 설명한 뒤 각 금융기관이 적극 협조할 것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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