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 주택·농장·기도원 등 60곳 잿더미

미주중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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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교회인 필랜가든처치가 불길에 휩싸여 완전히 소실되고 있다. 이번 불은 강풍을 타고 급속도로 번지면서 주택, 농장 등 재산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CBS방송 캡처]

LA 북동쪽 필랜 인근 카혼패스(Cajon Pass) 지역에서 16일 오전 발생한 '블루 컷' 산불이 걷잡을 수 없이 커져 주 비상사태가 선포됐다. 이 지역 한인 약 50가구 주택과 일부 농장 및 교회도 전소되는 등 한인들의 피해도 막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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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혼패스 인근 강제대피령지역.

샌버나디노 카운티 소방국에 따르면 17일 오후 6시 현재 블루 컷 산불은 하루 만에 2만6000 에이커 이상을 태우고 마운틴 레이크 리조트 지역까지 퍼졌다. 산불은 LA에서 라스베이거스로 가는 15번 프리웨이와 만나는 138번 하이웨이 분기점에서 지역 주택가로 퍼지고 있다.

샌버나디노 카운티 소방국은 산불이 워낙 거세져 3만4000가구, 주민 8만3000명에게 대피령이 내려졌다고 밝혔다. 소방 항공기와 헬기를 동원하고 소방관 1300명 이상이 진화에 나서고 있지만 진화율은 거의 4%에 그치고 있다.

특히 산간 지역에 부는 풍속 70마일의 강풍이 산불 피해를 키우고 있다. 산불 피해지역은 서쪽으로 LA카운티, 동쪽으로 모하비 사막에 이를 정도로 넓다. 불탄 주택은 수백 채에 달하고 있다. 산불이 워낙 거세 불길이 약 80피트까지 치솟았고, 거대한 먹구름이 피해지역 하늘을 뒤덮고 있다.

캘리포니아 제리 브라운 주지사는 16일 산불 피해 지역에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17일 애플밸리, 헤스페리아, 빅토밸리 등 산불 지역 10개 통합교육구 학교는 휴교했다. 이 지역을 지나는 15번 프리웨이 양방향은 전면 차단됐다.

소방당국은 100도가 넘는 고온, 10% 미만 저습, 강풍을 우려했다. 마이크 와코스키 소방관은 "소방관 경력 40년 동안 이처럼 불길이 격렬하게 움직이는 건 처음"이라고 말했다. 한인 이재민에 따르면 이틀 동안 카혼패스 138번 하이웨이 주변에 거주하는 한인 약 50가구 주택 대부분이 전소했다. 매실과 대추, 각종 과실수를 재배하는 한인 중대형 농장 10여 곳도 불길이 덮쳤다.

자신의 집이 전소된 빅토밸리 한인회장 부인 김기자씨는 본지와 통화에서 "불이 집에 옮겨붙기 전까지 지켜보다 나왔는데 소방관들도 손을 쓸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필랜 거주 에드워드 최씨는 "한인 50~60가구가 다들 농장 일을 하다가 대피했다. 한 한인 농장은 나무 2000그루가 다 탔다. 다들 지인 집으로 대피해 TV로 피해 상황만 지켜보고 있다"고 전했다.

필랜=이재호 기자·김형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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