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신수학 난이도싸고 논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1면

잘 가르치면 문제없어 찬|너무 어려워 흥미잃어 반
수학이 어렵다. 국민학교 학생의「산수」실력은 학년이 올라갈수록 떨어져 1학년(서울K국교)때 l학급 (67명)에서「수」(90점 이상)를 받은 어린이 47명이 5학년때는 15%선인 7명으로 줄어들었다.
중학교에서는 더욱 심해져 국민학교 5학년 과정의 산수 시험문제를 중학교 1학년은 평균58점, 3학년은 평균66점을 받았다.
정주시 E중학생을 대상으로 실시한 수학실력평가조사 결과(한양대 김용운교수) 국민학교 5학년 수준의「18·5+5·89」를 풀지 못한 학생이 1학년은 34%, 3학년은22%, 국민학교 6학년 과정의「4/5×0·6+8·4÷6」을 풀지 못한 학생은 1학년이 74%, 3학년이 57%선.
이같은 현상을 놓고 일선교사와 수학계일부에서는『국민학교 저 학년때부터 수학의 학문적 체계를 위주로한 집합론을 비롯, 어려운 내용을 담은 신 수학을 74년 이후 도입, 학생들이 기초부터 흥미를 잃고 포기하고 있기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그러나 문교부와 수학계의 또 다른 일부에서는 『수학이 계산능력을 기르는데 그치는 학문이 아니라 합리적 사고력과 문제해결능력을 길러주는 교과라는 측면에서 신 수학중심의 현행교육과정은 잘못이 없고 또 어려운 것도 아니며 다만 교수방법이 아직은 정착되지 못해 어렵게 느껴질뿐』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산수」를 둘러싼 이 같은 난이 논쟁은 내년의 교육과정 전면개정을 앞두고 더욱 가열되고 있다.

<내용이 어렵다>
서울K국교 박모교사(43)는 『74년부터 산수교과서가 지나치게 어려워져 저학년때 부터 흥미를 잃고 포기하는 어린이가 많다』고 했다.
박교사는『가령 4학년1학기의 <1/8-3-7-3과1/5-12-15> 의 집합에서 자연수의 집합을 만드는 문제는 국교수준에서 해결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수학이 어렵다고 주장하는 측에서는 74년에 교과서를 개편하면서 국교과정에 도입한 집합(2년)·위상수학 및 공리론적방법(3년)등「신수학」의 내용은 60년대 초 미국이 소련의 스푸트니크발사에 충격을 받아 개발한 내용으로 이를 즉각 받아들인 일본과 미국의 일부에서는 지나치게 어렵다는 판정을 내리고 다시 옛날의 과정으로 돌아갔으나 우리만 지금까지 고집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방법이 문제다>
문교부 강기주편수관은『학생·교사·학부모로부터 산수가 어렵다는 호소를 듣고 있다. 그러나 이는 과도기에 어쩔수없이 생기는 현상으로 교과서 내용의 문제라기보다 교수방법의 문제』라고 했다.
강편수관은『일본에서도「신수학」이 내용이 너무 어렵다고 국교과정에서 뺐다가 지금은 후회하고 있다는 말을 들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미국·일본을 비롯한 선진국들은 한때 어렵다고 포기했던 신 수학으로 돌아가고 있는 경향이다.
우정호교수 (서울대·수학교육과)는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 합리적인 사고방법을 길러주는데 주안점을 둔 신 수학이 실제 교육현장에서 그 개념이나 원리를 이해시키지 못하고 기계적인 암기로 점수 따기에만 골몰하여「어렵다」는 선입견과 함께 학력저하를 가져온것같다』고 말했다.
우교수는『교수-학습방법의 개선, 적절한 교재의 개발, 교사의 연수를 통한 전문성확보가 우선적으로 해결되어야 한다』고 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