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세 기초생활수급자 할머니, 생계비 모아 400만원 기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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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세 주덕이 할머니, 기초생활수급자 생계비 모아 400만원 기부

단칸방에서 기초생활수급자로 생활하면서 생계비로 받은 돈을 모아 기부한 할머니가 있다. 부산동구 수정동에서 홀로 사는 주덕이(78)할머니 얘기다.

지난 15일 오전 양쪽 무릎이 좋지 않아 잘 걷지 못하는 주 할머니는 동네 수정지구대를 찾았다. 그리고는 장호영 경위에게 현금 400만원이 든 돈 봉투를 내밀며 “아이들을 위해 써달라”고 했다.

장 경위는 그러나 할머니에게 아침식사를 대접한 뒤 “돈이 할머니의 전 재산이어서 할머니가 살아계실 때 필요할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동사무소에서 할머니 계좌를 알아내 입금해줬다. 할머니가 자녀없이 평생 홀로 살아온데다 양쪽 무릎이 좋지 않아 수술을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서다. 할머니가 기거하는 단칸방도 무더위에 푹푹 찌는 듯 했다.

하지만 할머니는 “왜 뜻을 몰라주나”며 오히려 역정을 냈다. 그리고는 “오래전부터 결심했던 일이고, 쓸려고 모은 돈이었다면 틀니를 하거나 무릎수술 비용 등으로 다 썼을 것”이라며“아픈 아이들을 위해 어렵게 모은 돈이니 잘 사용해달라”고 부탁했다. 장 경위는 어쩔 수 없이 부산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연락했다. 모금회는 할머니의 간곡한 뜻을 알고 다시 돈을 찾아 모금회 계좌에 입금했다.

장 경위는 “나눔은 늘 얼마를 가졌느냐가 아니라 얼마를 나눌 수 있느냐에 따라 결정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모금회 이수진 대리는 “할머니께서 주신 소중한 성금은 할머니의 마음을 담아 아픈 아이들의 치료비로 사용하겠다”고 약속했다.

부산=황선윤 기자 suyohw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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