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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우2016] 볼트, 또 41걸음 만에…100m 첫 올림픽 3연속 금메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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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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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사인 볼트가 남자 육상 100m에서 금메달을 따낸 뒤 트레이드마크인 ‘번개 세리머니’를 하며 자축하고 있다. [리우 신화=뉴시스]

우사인 볼트(30·자메이카)가 역시 ‘세계에서 가장 빠른 사나이’였다. 육상 100m에선 처음으로 올림픽 3회 연속 금메달을 땄다.

출발 반응 속도는 8명 중 7위
80m지점서 게이틀린 따돌려
보폭 2.44m…9초81로 우승
사상 첫 3관왕 3연패에도 도전

볼트는 15일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의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열린 육상 남자 100m 결승에서 9초81의 기록으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강력한 경쟁자였던 저스틴 게이틀린(34·미국·9초89)을 0초08차로 제친 볼트는 2008년 베이징, 2012년 런던 대회에 이어 육상 100m 올림픽 3연패라는 위업을 달성했다. 그동안 육상 100m에선 볼트와 칼 루이스(미국)가 각각 2회 연속 우승을 거둔 게 최고 성적이었다.

1984~1996년 4개 대회에서 금메달 9개를 땄던 ‘육상 전설’ 칼 루이스도 이루지 못한 걸 볼트가 해냈다. 앙드레 드그라스(22·캐나다)가 9초91로 3위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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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회 전부터 “전설이 될 것”이라고 공언해왔던 볼트는 거침없는 질주로 적수가 없음을 다시 한번 확인시켰다. 준결승에서 9초86을 기록해 개인 시즌 최고 기록을 세우며 전체 1위에 올랐던 볼트는 결승에서 6번 레인에 섰다. 약점이었던 출발 반응 속도에선 0.155초로 8명 중 7위에 머물렀다. 그러나 50m 지점부터 가속도가 붙었고 80m 지점에서 게이틀린을 따돌리고 여유 있게 결승선을 통과했다.

볼트는 결승선을 통과하기 전 자신의 가슴을 손으로 치는 세리머니를 하며 금메달 획득을 자축했다. 1위를 확정한 뒤엔 두 팔을 하늘로 뻗는 특유의 우승 세리머니를 두 차례나 선보였다. 경기 후 그는 “출발이 나빴지만 ‘혼란에 빠지지 말자. 여유를 갖자’면서 마음을 다스렸다. 자신감이 우승 비결”이라며 “내가 해낼 거라고 하지 않았나”라고 반문했다.

인간의 속도 한계를 시험하는 종목, 육상 100m에서 볼트는 독보적인 존재다. 원래 200m 전문 선수였던 볼트는 200m에서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한 스피드 보강 차원에서 2007년부터 100m에도 나섰다. 그런데 볼트는 100m에서만 벌써 세계 신기록 세 차례, 올림픽 신기록 한 차례를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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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년 시절 크리켓과 축구를 했던 볼트는 어깨와 골반이 평행을 이루지 못하는 척추측만증과 각종 부상을 이겨내고 8년간 세계 최고의 스프린터로 각광받았다. 그의 척추는 S자로 휘어진 상태고 어깨와 골반도 좌우 균형이 맞지 않아 심하게 흔들린다. 키 1m96㎝, 몸무게 95㎏인 그의 체구는 단거리 종목엔 적합하지 않다는 평가다. 그러나 볼트는 200m 선수로 활약하던 10대 후반 글렌 밀스(70) 코치의 지도 아래 2년 반 동안 주법을 뜯어고쳤다. 어깨를 더 흔들고 보폭을 넓히는 주법을 통해 약점을 강점으로 승화시켰다.

몸을 위아래로 흔들면서 골반과 다리의 균형을 맞췄고 2.44m에 이르는 보폭을 유지하면서 단 41걸음 만에 결승선을 통과할 수 있도록 했다. 평균 43~50걸음인 일반 선수에 비해 적은 걸음으로 세계 최고의 반열에 오른 것이다.

잇따른 부상에도 볼트는 메이저 대회 우승을 놓치지 않았다. 2012년 햄스트링 및 허리, 2013년 햄스트링 부상에 이어 지난해엔 발목과 골반 부상을 당했다. 리우 올림픽을 앞둔 지난달 초엔 햄스트링 부상으로 자메이카 대표 선발전에도 나서지 못했다. 그러나 주 5일 훈련 일정을 지키면서 착실하게 몸을 만들었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선 머리를 밀며 의지를 불태웠다. 낙천적인 성격도 그의 장점이다. 이날 결승에서도 볼트는 익살스러운 포즈로 관중의 호응을 이끌었다. 리우 올림픽 스타디움을 찾은 6만여 관중은 볼트의 일거수일투족에 일일이 환호를 보냈다. 최근 볼트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팬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있다.

볼트는 이번 대회 3관왕(100·200m·400m계주)을 노린다. 올림픽 3개 대회 연속 육상 3관왕도 처음이다. 다음 목표는 18일 열리는 200m 결승이다. 볼트는 내년 런던 세계선수권을 끝으로 트랙을 떠날 예정이다. 그래서 볼트는 올해 초부터 “올림픽 200m에서 세계 기록을 깨보겠다”며 의욕을 나타냈다. 자신이 보유한 200m 세계 기록(19초19)을 넘어 18초대 진입까지 노린다. 볼트는 “200m엔 늘 자신감이 넘친다. 끝까지 도전하겠다”고 말했다.

리우=김지한 기자 kim.ji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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