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서점 대형화 돼야 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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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단행본을 펴내는 출판인들이 모처럼 지방나들이를 다녀왔다. 박맹호 (민음사대표)·김언호 (한길사)·전병석 (문예출판사) 박지열 (모음사) 씨등 일행 15명은 지난달 28∼30일 서울을 떠나 대전·전주·광주·부산·대구를 순회하면서 1백여 서점을 살펴보고 그곳 서점 인들과 진지한 대화를 나눴다.
출판문화의 현장인 서점에서 출판인들과 서점 인들이 직접 만나 우리의 출판이 안고 있는 문제들을 함께 토론해 보자는 게 이번 순방의 취지였다.
갓 돌아온 김언호씨는 『우리출판의 크고 작은 문제들이 거기 서점에 지천으로 깔려있음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급격한 사회변동에 서점이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는 우리 출판문화가 풀어가야 할 당면과제중의 하나다. 우리 출판은 85년에 3만3천7백 종에 1억1천5백만부의 발행 부수를 기록, 지난 10년간 종수에서 3. 7배, 부수에서 4.7배 신장했음에도 서점공간은 1.3배밖에 성장하지 못한 것으로 기록되고있다.
김씨는 『결국 이번 모임에서도 놀라운 속도로 신장되고 있는 출판 량에 상응해서 따라오지 못하는 서점시설을 어떻게 근대화시킬 것인가에 논의의 초점이 모아졌다』고 말했다.
출판인들은 지방 서점인들도 나름대로 몸부림치고 있음을 목격했다. 도시마다 매장확장을 연구하거나 시도하고 있었다.
그러나 출판 량의 폭발적인 성장을 감당하기엔 그 몸부림이 소극적이거나 미미해 보이는 점도 없지 않았다.
『우리는 서점인들 스스로가 주체적으로 이러한 일을 선도함으로써 외부로부터의 시장점유를 막아 스스로의 권익을 도모할 수 있고 나아가 소망스런 출판문화를 창출할 수 있을 것임을 강조했다』고 김씨는 지적했다.
즉 문화적 사회적 조건이 달라지면 서점의 모습도 달라져야 하는 것이다.
물론 출판인들은 가는 곳마다 사명감에 불타는 서점인들을 만날 수 있었다.
이들에 의해 서점공간이 근대화되고 있을 뿐 아니라 기업적 성과 또한 거두고 있다는 사실을 직접 듣고 볼 수 있었다.
특히 도매서점으로 전통을 갖고 있는 부산 D·H서점 등의 책 관리는 아주 훌륭했다. 대형서점 및 책 관리가 잘되고 있는 서점에서는 출판사들의 가장 큰 골칫거리인 반품의 비율이 크게 떨어지고 있었다. 출판인들은 적정규모의 서점의 존재와 서점공간이 출판문화의 발전과 정비례한다는 사실을 이번 여행에서 뼈저리게 실감하고 있었다고 털어놓았다.
또 무엇보다 문화의 서울 편재를 극복하기 위해서도 지방서점의 육성이 시급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지적했다.
출판인들은 지방에 따라선 인구에 비해 빈약한 서점문화를 가진 경우도 있음을 보았다. 이를테면 대구는 그 인구에 비해 서점 문화는 상당히 낙후돼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서점인들이 출판인들에게 제기한 문제들도 대단한 설득력을 갖고 있었다. 적정하고도 지혜로운 정가책정, 도서분류의 표기, 판매카드의 첨부, 본문활자의 확대 등 일선에서 독자들과 만나고 있는 서점인들의 체험에서 우러나온 의견들을 출판인들은 가능한 한 빨리 반영하겠다고 약속했다.
김씨는 『산업사회 대중사회로 치닫고 있는 이 마당에 책을 만들고 판다는 일이 더욱 어려워지고 있음을 느꼈다』면서도 『우리는 이 상황을 우리 힘으로 극복하는 운동을 전개하자고 밤늦게 서울로 돌아오는 차 속에서 굳게 다짐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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