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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프랑스·이탈리아 이어 미국·러시아 브랜드까지 가세…1조5000억 시장 잡기 경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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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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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베리, 라즈베리와 초콜릿을 듬뿍 올린 덕분에 ‘비주얼 폭탄’ ‘칼로리 폭탄’이란 별명을 얻은 러시아 디저트 브랜드 ‘컨버세이션’의 우피 케이크. [사진 컨버세이션]

지난 6월 11일 가로수길에 문을 연 디저트 카페 ‘컨버세이션’의 쇼케이스 앞에 서면 입이 절로 떡 벌어진다. 지름 24㎝짜리 초대형 3단 케이크 사이마다 크림치즈·연유로 만든 크림이 뚝뚝 흘러넘치고 블루베리·딸기 등의 생과일은 양동이째 들이부은 듯 산더미를 이룬 모습이 그야말로 ‘칼로리 폭탄’ 비주얼이다.

해외 디저트 업계 국내시장 쟁탈전

가격도 만만치 않다. 가장 저렴한 홀 케이크가 12만6000원, 조각 케이크는 1만5800원이지만 평일 오후와 주말이면 실내는 발 디딜 틈이 없다. 한여름 땡볕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길게 줄을 선 풍경도 흔하다. 고객층은 모두 트렌디한 외식 문화를 즐기는 20~30대 여성이다.

최근 들어 줄 서서 기다리는 해외 디저트 가게가 눈에 띄게 늘고 있다. 프랑스 디저트 브랜드 ‘포숑’이나 ‘라뒤레’의 마카롱, 일본의 롤케이크 ‘몽슈슈’나 ‘로이스’ 초콜릿이 장악하다시피 했던 디저트 업계가 1년 새 미국의 컵케이크 전문점 ‘매그놀리아’와 이탈리아 디저트 ‘폼피’ 등이 들어오더니 모스크바발 ‘컨버세이션’까지 가세했다. 말 그대로 디저트 업계 열강전이 시작됐다.

외식 트렌드의 바로미터라 할 수 있는 가로수길에도 6개월 새 세 개의 해외 디저트 브랜드가 입점했다. 가장 최근 오픈한 ‘컨버세이션’은 모스크바에서 스크램블·브라우니 등 콘셉트가 다른 6개의 브랜드를 운영하는 러시아 출신의 니나 구드코바(Nina Gudkova) 대표가 해외에 지점을 낸 첫 매장이다. 소치 올림픽 당시 관련 업무를 보러 모스크바를 방문했던 회사원 이율의(29)·이가영(27) 자매가 우연히 맛본 케이크 맛과 비주얼에 반해 약 10개월간 구드코바 대표를 설득해 한국 상륙을 성공시켰다.

모스크바에서 출발했지만 현지식 디저트는 우피 파이(마시멜로 크림을 채운 초콜릿 빵)와 마시멜로가 전부다. 이 집의 대표 메뉴는 구드코바 대표가 유년 시절 부모님과 함께 전 세계 대도시에 머물며 경험했던 맛을 기억해 독자적으로 연구개발한 창작 케이크들이다. 마스카포네 크림과 산딸기·블루베리를 켜켜이 쌓은 ‘페이보릿 케이크’, 스프링클(색색의 장식용 설탕 알갱이)을 잔뜩 뿌리고 마시멜로 조각과 핑크색 크림을 두껍게 바른 ‘버블껌 마시멜로 케이크’ 등이 인기 메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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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건너온 베이커리 ‘미스터홈즈’의 인기 메뉴인 브리오슈 도넛. [사진 미스터홈즈]

조금 떨어진 곳에는 미국 샌프란시스코 주민들이 줄 서서 사 간다는 ‘미스터홈즈’가 있다. 지난해 12월 오픈했지만 7개월이 지난 요즘도 빵 나오는 시간이면 사람들이 줄을 선 풍경을 쉽게 볼 수 있다. 이곳의 인기 메뉴는 브리오슈 도넛, 크러핀 등 전통적인 도넛과 크루아상을 재해석한 것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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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홈즈’의크러핀. [사진 미스터홈즈]

6개월간 샌프란시스코 본사를 설득해 라이선스를 따낸 김창록(34) 대표는 “백설탕보다 당도가 40% 낮은 유기농 설탕, 프랑스 노르망디 A.O.C 버터 등 엄선한 재료가 맛의 비결”이라고 말했다. 빵 속에 넣는 크림 필링도 파인애플 맛, 초콜릿 맛, 트러플(송로버섯) 맛 등으로 매일 바뀌기 때문에 똑같은 빵을 먹어도 질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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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아이스크림 전문점 ‘아모리노’의 장미꽃 젤라토. [사진 아모리노]

이 길에는 디저트계 전통의 강자 프랑스의 자존심을 지키는 젤라토(아이스크림) 브랜드 ‘아모리노’도 있다. 젤라토를 주문하면 꽃잎 모양으로 다듬은 아이스크림을 한 장 한 장 콘에 얹어 장미꽃 모양을 만들어줘 네티즌 사이에선 ‘장미 아이스크림’으로 유명하다. 시칠리아산 피스타치오, 스리랑카산 코코넛, 인도산 망고 등 주재료가 40% 이상 들어가기 때문에 아이스크림이면서도 천연 재료마다 고유의 당도와 산미가 느껴져 개성이 풍부하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디저트 시장 규모는 2013년 3000억원, 2015년 1조5000억원으로 5배 이상 성장했다. 공사 관계자는 “불황이 계속되면서 외식 종목 중 가격대가 가장 낮고 비주얼과 맛이 자극적인 디저트가 꾸준히 호황”이라고 말했다.

최봉균 신세계백화점 디저트 바이어는 “해외에서 알려진 브랜드는 국내 신생 브랜드와 달리 맛과 시각적인 면에서 대중적 검증을 이미 거쳤다는 게 가장 큰 경쟁력”이라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발달로 ‘외국 여행길에서 맛본 소문난 디저트’로 자연스레 입소문이 나면서 소비자의 호기심을 더욱 자극한다”고 말했다.

이영지 기자 lee.youngj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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