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파원J] 최경주의 ‘펀(Fun) 리더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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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골프 취재를 맡고있는 톡파원 J 이지연 기자입니다.

1904년 세인트루이스 올림픽 이후 112년 만에 올림픽 정식 종목이 된 골프 경기 개막일이 밝았습니다.

14년 동안 골프를 취재한 톡파원 J도 이 순간을 간절히 기다렸는데요. 대회에 출전하는 선수들이나 코칭 스텝의 마음은 두 말할 필요가 없겠죠?

한국 남자 골프 대표팀을 이끌고 있는 최경주 코치를 만났습니다. 최 코치는 골프 개막을 일주일 앞두고 가장 먼저 리우에 입성했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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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우 올림픽 골프 코스에서 최경주 코치가 남자 골프팀의 훈련을 지도하고 있다. 이지연 기자

최경주는 선수로서 거의 모든 걸 이뤘습니다.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서 8승을 거뒀고요. 메이저 우승은 못했지만 제 5의 메이저로 불리는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에서도 우승했습니다. 한국인 최초의 PGA 우승자가 된 그는 가방과 신발에 태극기를 새기고 자신의 별명인 ‘탱크’처럼 세계 무대를 정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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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주 코치는 역도 선수를 했던 어린 시절부터 태극마크를 간절히 원해왔다. 코치로 참가하는 이번 대회에서도 가방과 신발에 태극기를 새길 정도로 강한 열의를 보이고 있다.

어린 시절 역도 선수를 했던 그는 태극마크를 절실히 원했다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선수가 아닌 코치로 올림픽 무대를 밝게 됐지만 누구보다 열정을 보였는데요.

최경주는 4일 오후 입국하자마자 다음 날 이른 아침 골프장에 올라가 코스를 돌았습니다. ‘코치는 라운드를 할 수 없다’는 규정 때문에 클럽이 아닌 눈으로 공을 치면서 코스 구석구석을 살펴봤죠. 공 하나를 들고 코스를 구석구석 파악하는 그의 행보는 다음 날에도 이어졌습니다. 최경주는 “모자에 새겨진 KOREA라는 문구가 책임감처럼 무겁게 느껴졌다. 선수보다 더 긴장이 된다”고 말했습니다.

선수들이 입국한 7일 이후에는 이른 아침부터 해가 지기 전까지 코스에서 선수들과 함께 보냈는데요. 1970년생인 최경주와 대표팀 선수인 안병훈(1991년생), 왕정훈(1995년생)의 나이 차는 무려 20년 이상이 납니다. 하지만 연습 라운드와 훈련 분위기는 내내 화기애애했는데요.

검게 그을린 피부에 강인한 눈빛을 한 최경주의 카리스마는 대단합니다. 하지만 사석에서 만날 때의 최경주는 누구보다 유머러스한 성격인데요. 최경주는 “나도 말이 감독이지 아직 선수다. 선수의 입장에서 후배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었다. 후배들이 내 조언을 받아들이기 위해 가장 좋은 것은 웃음이라고 생각해 즐거운 분위기를 만들려 했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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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한 카리스마를 가진 최경주 코치(가운데)이지만 훈련장에서는 항상 유쾌한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왕정훈(왼쪽), 안병훈(오른쪽) 선수와 훈련을 함께하는 최경주 코치. 이지연 기자

대표팀 막내 왕정훈은 “만나 뵙기 전에는 긴장됐다. 그러나 막상 뵙고 나니 너무 편안히 대해주셔서 좋았다. 실제 경험을 다 알려주셔서 귀에 잘 들어오고 이해가 잘 됐다. 올림픽에 출전하게 되면서 실력이 더 좋아진 느낌”이라고 했습니다.

대표팀 안병훈은 11일 오전 7시30분(한국시간 오후 7시30분)에 첫 조로 출발해 역사적인 티샷을 날렸습니다. 왕정훈은 8시 14분(한국시간 오후 8시14분)에 출발했는데요. 안병훈은 3언더파, 왕정훈은 1언더파로 기분 좋은 첫 라운드를 마쳤습니다. 최종일인 일요일에 그 결과가 어떻게 될 지는 알 수 없지만 이번 올림픽이 그들에게 즐거운 경험으로 마무리 될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대한민국 남자 골프 선수들의 유쾌한 도전을 응원합니다.

◇리우 취재팀=윤호진ㆍ박린ㆍ김지한ㆍ김원 중앙일보 기자, 피주영 일간스포츠 기자, 이지연 JTBC골프 기자, 김기연 대학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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