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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에서 자녀에게 채소만 먹으라 했다간 감옥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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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에서 최근 부모가 자녀에게 엄격한 채식주의를 강요하는 것이 사회 문제로 떠올랐다. [로이터=뉴스1]

이탈리아에서 16세 이하 아동ㆍ청소년의 채식주의를 사실상 금지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탈리아의 중도 우파 정당 ‘포르차 이탈리아’의 엘비라 사비노(39) 의원은 지난 달 초 종교나 윤리적 신념에 관계 없이 16세 이하 자녀에게 엄격한 채식주의를 강요하는 부모에 대해 최대 징역 6년을 선고하도록 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법안은 채식주의의 부작용을 지적해 온 사비노 의원의 이름을 따라 ‘사비노 법’으로 불리고 있다.

사비노 법에 따르면 부모가 자녀에게 채식주의 등 '위험한 식습관'을 강요한 사실이 적발되기만 해도 최대 징역 1년에 처해진다. 만약 이로 인해 자녀의 건강에 문제가 생기면 최대 징역 2년을, 자녀가 사망할 경우 징역 4~6년을 선고 받도록 했다. 사비노 의원은 “성장기에 있는 자녀들이 육류와 달걀 등 동물성 음식을 섭취하지 못할 경우 철분과 아연, 비타민 B1ㆍ2 부족으로 심각한 영양 결핍과 빈혈, 심지어 사망을 초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고 현지 언론이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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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에서 최근 부모가 자녀에게 엄격한 채식주의를 강요하는 것이 사회 문제로 떠올랐다. [로이터=뉴스1]

이탈리아에서는 최근 채식 열풍으로 영·유아 자녀에게까지 육류 섭취를 제한하는 일이 사회 문제로 떠올랐다. 지난 달 이탈리아 북부 밀라노에서 생후 14개월 된 아기가 채식으로 인한 영양 실조로 병원에 실려 가는 일이 발생했다. 당시 아이의 몸무게는 생후 3개월에 해당하는 5kg에 불과했고 칼슘 수치가 극도로 낮아 심장 수술을 받아야 했다. 6월 서북부 제노아 지역에서는 고기를 먹지 못한 두 살배기가 비타민 결핍으로 중환자실에 입원했다. 지난해 4월 이탈리아 북부 베르가모 지방법원은 아들에게 채식주의를 강요해 전 남편으로부터 소송을 당한 여성에게 "일주일에 한 번은 자녀에게 고기를 제공하라"고 판결했다. 그 해 1월 피에몬테주 토리노에서는 십대 딸에게 "너무 뚱뚱하다"며 식이 제한과 다이어트를 강요한 아버지가 징역 9개월을 선고 받았다.

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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