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요금 누진제에 대한 정부의 해명이 폭염에다 장작을 지핀 꼴이 됐다.
"요금폭탄 과장"…적자라던 한전은 매년 성과급 잔치
9일 "에어컨 사용으로 인한 요금폭탄은 과장"이라는 채희봉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자원실장의 해명에 대한 누리꾼들의 비난이 거세다.
채 실장은 이날 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에어컨을 합리적으로 사용할 때도 요금 폭탄이 생긴다는 말은 과장"이라고 했다. 그는 "다만 스탠드형 에어컨을 하루 12시간씩 틀면 전기요금을 싸게 낼 방법이 없는 만큼 에어컨을 적절하게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채 실장은 누진제 개편 여론에 대해 "여름철 전력수요를 낮추려면 누진제는 필요하다"고 선을 그었다. "주택용 요금 전체의 원가를 그대로 둔 채 누진제만 완화하면 부자감세 문제가 생긴다"고도 했다.
가정용에만 적용되는 전기요금 누진제는 6단계로 최저 사용구간(월 사용량 100㎾h 이하)은 1㎾h당 60.7원이지만 500㎾h를 초과하는 6단계에서는 11.7배 많은 709.5원이 된다. 채 실장은 "1, 2단계를 통합해서 1단계 요금을 매기고 3, 4단계를 통합해서 3단계 요금을 부과하는 경우 한국전력의 적자 부담이 계속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누리꾼들은 "에어컨만 틀고 다른 (가전제품은) 사용 안 하느냐"며 채 실장의 해명을 비난하고 있다.
여기에 적자기업인 한전이 매년 성과급을 지급해온 사실이 분노를 부채질하고 있다. 윤한홍 국회의원(새누리당)에 따르면 한전은 순이익 10조원을 달성하면서 임원 성과급을 70% 늘렸다. 임원들의 평균 성과급은 2014년 4300만원에서 지난해 7300만원으로 크게 늘었다. 올해 한전 사장이 받아갈 성과급은 약 1억3000여만원으로 예상된다. 작년에는 연봉의 68%인 9500만원을 받았다.
반면 신재생에너지 투자에 대한 한전의 관심은 뒷전이다. 올해 한전의 신재생에너지 투자 규모는 1151억원에 불과했다. 순이익 대비 1.1% 수준이다. 성과급 지급 총액의 3분의 1에도 못 미치는 액수다. 최근 산업부는 에너지신사업 확산을 위해 5년간 42조원을 쏟아 붓겠다고 했다. 산업부의 꿈과 현실의 간극은 지나치게 커 보인다. 누진제에 대한 산업부의 해명이 국민의 정서와 동떨어져있듯이 말이다.
유길용 기자 yu.gilyo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