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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M] 이 여름, 영화에 반하고 음악에 춤추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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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날 운치 있는 영화와 음악의 축제. 제12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이하 제천영화제)가 8월 11일부터 16일까지 6일간 메가박스 제천과 청풍호반무대 등에서 열린다. 올해도 다양한 음악영화와 알찬 공연으로 관객 맞을 채비를 마쳤다. 전진수 프로그래머의 추천작을 바탕으로 magazine M이 올해의 필견 영화를 골랐다. ‘제천영화제의 꽃’이라 불리는 야외 공연 라인업과 함께, 제천영화제를 즐기는 데 꼭 필요한 교통과 숙박 정보도 전한다.

올해의 경향
지난해 제천영화제에서는 역대 최다 작품이 상영됐다. 25개국 103편의 영화를 상영해 총 관객 3만4700명가량을 끌어모았다. 청풍호반무대에서 사흘간 열린 음악 프로그램 ‘원 썸머 나잇’을 찾은 관중 수는 약 8300명. 이는 아름다운 청풍호에서 시원한 밤바람을 맞으며 영화와 음악을 함께 즐기는 제천영화제만의 매력 덕분이다.

제 12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

이렇듯 제천영화제는 영화 팬뿐 아니라 음악 매니어와 가족 단위 피서객을 끌어들이며 아시아 최초의 음악영화제로 입지를 다졌다. 올해 상영작 수는 지난해보다 2편 늘어난 36개국 105편. 전진수 프로그래머는 “올해는 ‘한국 음악영화의 오늘’ 부문의 출품작 수준이 눈에 띄게 높아졌다”고 말했다. 일단 양적 성장이 두드러진다.

국내 장편 음악영화의 경우 지난해 12편에서 올해는 23편으로 출품작이 많아졌고, 그중 극영화 비중이 커졌다. 전 프로그래머는 “외국 단편 음악영화도 눈여겨볼 만하다”고 귀띔했다. 한편 국제 경쟁 부문인 ‘세계 음악영화의 흐름’에는 다양한 장르의 최신 음악영화 8편이 초청됐으며, 5인으로 구성된 심사위원단이 대상과 심사위원 특별상을 결정할 예정이다.

올해도 ‘원 썸머 나잇’(8월 12~14일)은 청풍호반무대에서, ‘의림 썸머 나잇’(8월 12~15일)은 의림지무대에서 열린다. 상영작은 7월 28일부터 8월 15일까지 제천영화제 홈페이지(jimff.org)에서 예매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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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바이올린 티처` 스틸컷]

개막작바이올린 티처

세르지오 마차두|드라마|개막작

브라질에서 온 음악영화 ‘바이올린 티처’의 주인공은 매번 오케스트라 시험에 떨어지는 바이올리니스트 라에르트(라자로 라모스)다. 반복된 좌절로 인해 신경이 곤두서 있지만, 연주를 향한 열망만큼은 버리지 않는 성실한 연주자다.

결국 그는 생계를 위해 위험하기로 소문난 상파울루 슬럼가의 공립 학교에서 바이올린 수업을 하게 된다. 거칠지만 순수한 아이들을 가르치며 라에르트는 연주의 기쁨과 삶의 생기를 되찾는다. 학생들의 연주 실력 또한 빠른 속도로 성장한다. 그러던 어느 날 그에게 새로운 오케스트라 시험 기회가 찾아오면서 갈등은 시작된다.

‘바이올린 티처’는 좌절에 빠진 교사와 삶의 길을 잃은 아이들이 음악 안에서 성장해 가는 모습을 뭉클하게 그린 영화다. 이야기는 충분히 예상 가능한 방향으로 전개되지만, 감동의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다. 현악기 소리가 빚어내는 호소력 깊은 선율의 공이 크다. 라에르트의 지휘에 따라 아이들이 즉흥 연주하는 대목은 이 영화의 백미다.

‘바이올린 티처’는 세르지오 마차두 감독의 세 번째 장편 극영화다. 다큐멘터리와 극영화 작업을 병행해 온 그는, 첫 장편영화 ‘파라다이스’(2005)로 제58회 칸국제영화제 젊은 영화상 등을 받으며 연출력을 인정받았다.


장르별 음악영화 3 (감독|장르|상영 부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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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정션 48` 스틸컷]

힙합정션 48

우디 알로니|드라마|세계 음악영화의 흐름

팔레스타인 사람과 이스라엘 사람이 섞여 사는, 이스라엘의 텔 아비브. 이곳에 사는 카림은 랩에 푹 빠져 있다. 그는 불의의 사고로 아버지를 잃은 후 힙합에 더 매진한다. 결국 클럽 무대에 서게 된 카림은 점차 ‘아랍 최초 랩퍼’로 인정받는다. 팔레스타인 청년으로서 느끼는 고난을 랩으로 풀어낸 그는 유대인 래퍼들과 부딪친다.

힙합엔 상대방을 공격하는 ‘디스(Dis)’ 문화가 있다. 두 나라의 적대적 정치 관계를 랩의 세계에 녹인 시도가 독특할 뿐 아니라, 카림의 감정을 세심하게 짚어 낸 드라마도 뭉클하다. 제65회 베를린국제영화제 경쟁 부문 초청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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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위 아 엑스` 스틸컷]

위 아 엑스

스테판 키작|다큐멘터리|세계 음악영화의 흐름

1990년대 일본을 풍미한 전설적인 비주얼 록 밴드 ‘엑스 재팬’. 멤버 히데가 죽으며 해체한 지 20년 만에 재결합을 결심한다. 피아노·드럼을 맡은 요시키를 비롯한 멤버들은 당시 왜 죽음과 음악에 매료됐는지에 대해 담담히 풀어놓는다.

미국인 다큐멘터리 감독 눈에 비친 엑스 재팬의 현재와 과거. 이들은 음악이 아니라면 마음 둘 곳 없던, 연약하면서도 폭발적인 에너지를 지닌 청년들이었다. 이토록 인간적인 엑스 재팬을 만날 기회는 흔치 않다. 엑스 재팬 팬이라면 ‘뮤직 인 사이트’ 부문의 ‘엑스 재팬, 히데 일대기’(2015, 사토 후토시 감독)와 함께 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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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피터, 폴 앤 매리, 50년 음악인생` 스틸컷]

포크피터, 폴 앤 매리, 50년 음악 인생

짐 브라운|다큐멘터리|뮤직 인 사이트

세계적 인기를 누린 미국 포크 트리오 ‘피터, 폴 앤 매리’에 관한 다큐멘터리다. 1960년대부터 활동하며 ‘500 마일즈(500 Miles)’ ‘퍼프 더 매직 드래곤(Puff the Magic Dragon)’ 등 주옥 같은 포크송을 남긴 그룹이다.

다큐는 이들의 전성기 시절 모습이 담긴 공연 장면과 미공개 영상을 선보인다. 한 그룹의 긴 여정을 따라가며 역사적·음악사적 의미를 찬찬히 되짚는 시도다. 다양한 참고 자료와 평론가 내레이션 위주로 진행되는 이 작품은, 그들의 노래만큼 차분하고 힘 있다. 영화 속 명곡들을 듣다 보면 포크의 아름다움을 새삼 느끼게 된다.


여성 뮤지션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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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니나 시몬, 다큐멘터리` 스틸컷]

니나 시몬, 다큐멘터리

제프 L 리버맨|다큐멘터리|주제와 변주

두려움이 느껴질 만큼 강렬한 카리스마를 뿜어내던 천재 재즈 가수, 미국 사회의 편견에 대한 비판을 거침없이 쏟아 내던 열혈 흑인 인권운동가. 2003년 작고한 니나 시몬은 미국 현대사에 큰 영향을 끼친 예술가였다.

이 다큐멘터리는 그녀가 음악에 입문한 어린 시절부터 저항 음악을 활발하게 선보이던 1960년대까지, 시대와 호흡한 아티스트의 삶을 꼼꼼하게 되짚는다. 그 내용을 담아낸 긴 내레이션은 다소 설명적이다. 하지만 50명이 넘는 사람들을 인터뷰할 만큼 성실하게 이뤄진 조사는, 이 작품의 신뢰도를 높이는 미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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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재니스 조플린, 열정의 노래` 스틸컷]

재니스 조플린, 열정의 노래

에이미 버그|다큐멘터리|뮤직 인 사이트

1960년대 미국에서 활동한 백인 가수 재니스 조플린. 그녀는 거친 목소리로 블루스를 부르는 자유분방한 뮤지션이었다. 조플린은 당시엔 상상할 수 없던 파격적 음악성으로 수많은 팬을 거느렸다. 하지만 1970년 27세의 젊은 나이에 헤로인 중독으로 세상을 떠났다.

이 다큐멘터리는 ‘여성’이란 프레임에 억압되지 않고 자신만의 스타일을 찾으려 했던 치열한 음악 인생을 조명한다. 여기에는 사회적 관습에서 탈피하려는 노력, 열정을 불태우듯 노래하는 모습 등이 빼곡히 담겼다. 성(性) 차별에 관한 문제가 여전히 해소되지 않는 지금, 큰 울림을 주는 작품이다.


한국 다큐멘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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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아워네이션` 스틸컷]

아워네이션

박형진|다큐멘터리|한국 음악영화의 오늘

‘한국 음악영화의 오늘 단편3’에 속한 45분짜리 중편 다큐멘터리다. 크라잉넛의 한경록, 더 모노톤즈의 차승우, 음악평론가 김작가, 클럽 빵의 주인 김영등 등이 1990년대부터 지금까지의 한국 인디 음악사를 되짚는다.

새로운 펑크 밴드의 등장, 장기하와 얼굴들 신드롬, 여성 감성을 저격한 10㎝(십센치)의 인기, ‘두리반’ 강제 철거로 불붙은 시대정신 등 다양한 이야깃거리가 쏟아져 나온다. 지난 20년간 홍대 인디신에서 벌어진 일들을 정리한 시도만으로도 의미 있다. 이들의 생생한 증언은 결국 대안 문화를 지켜 나가는 방향에 관한 질문으로 이어진다.


올해의 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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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원 썸머 나잇`이 열린 청풍호반무대

제천영화제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야외 음악 프로그램이다. 공연은 총 세 개의 프로그램으로 나뉜다. 화려한 출연진의 ‘원 썸머 나잇’, 선착순 무료 입장이 가능한 ‘의림 썸머 나잇’, 신인 뮤지션 발굴이 목적인 ‘거리의 악사 페스티벌’. 제천영화제 대표 프로그램인 ‘원 썸머 나잇’은 야외 상영 후 본격적인 공연이 시작된다.

매일 밤 공연의 컨셉트가 달라지는 것이 특징이다. 8월 12일 첫 번째 밤 ‘비비드 나잇’엔 최근 TV 예능 프로그램 ‘일밤:복면가왕’(2015~, MBC)을 통해 큰 사랑받은 보컬 하현우가 속한 밴드 국카스텐이 출연한다. 그와 함께 모던록 밴드 몽니, 가수 최한솔이 무대에 오른다. 13일 두 번째 밤 ‘그루브 나잇’에는 힙합·레게 뮤지션의 그루브 충만한 무대가 펼쳐진다.

이날은 에픽하이, 루드페이퍼, 밀릭, 오프온오프, 펀치넬로의 출연이 결정됐다. 14일 세 번째 밤 ‘브리즈 나잇’엔 달콤하고 감미로운 목소리의 10㎝(십센치), 정기고, 치즈가 무대를 꾸밀 예정이다. ‘의림 썸머 나잇’은 세명대학교 근처 의림지무대에서 열린다. 12일부터 나흘 동안 매일 오후 7시에 영화 상영 후 공연을 시작한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첫날 공연인 ‘호수 위의 뮤즈’. 최근 한국 인디계가 주목하는 싱어송라이터 최고은과 록 밴드 아즈버스, 뷰렛이 출연한다. 14일에는 올해도 변함없이 ‘명예의 전당’ 프로젝트가 이어진다. 세 번째 주인공은 김광석. 20주기를 맞은 그의 명곡을 후배 뮤지션들이 다시 부른다.

한편 축제 분위기는 열 팀의 ‘거리의 악사’가 띄운다. 이들은 제천 시내 곳곳에서 거리 공연을 펼칠 예정이며, 메인 무대는 메가박스 제천 앞에 마련된다. ‘거리의 악사 페스티벌’은 개·폐막일을 제외한 축제 기간 동안 계속된다.


제천으로 떠나기 전, 필수 체크!

교통 주요 행사는 제천 시내와 청풍호반무대·의림지무대에서 열린다. 메가박스 제천에서 청풍호반무대까지는 차량으로 30분 이상 소요된다(아래 제천영화제 셔틀버스 약도 참고). 시내버스가 있지만 자주 다니지 않으므로, 자가 차량이 없다면 셔틀버스로 이동하는 게 좋다. 물론 심야 공연이 끝난 후에도 청풍호반무대에서 제천 시내까지 이동하는 셔틀버스가 있다.

숙박 영화·공연 관람에 숙박까지 포함된 패키지 프로그램 ‘바람불어 좋은 밤’을 ‘강추’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미 대부분 매진된 상황. ‘광클’에 실패한 사람이라면, 양도 찬스를 노리거나 서둘러 다른 곳을 알아보길 권한다.

현재 여름 휴가철인 데다 제천에는 대규모 숙박 시설이 그리 많지 않기 때문. 2인 이하인 경우에는 제천 시내 메가박스 근처에 밀집한 모텔을 추천한다. 여기에 빈 방이 없다면, 제천시외버스터미널과 제천역 근처도 둘러보자. 일행이 4인 이상이며 자가 차량으로 이동할 때는 청풍호반 근처 펜션도 좋다. 제천영화제 홈페이지에 숙박 업체 리스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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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사람`의 주요 성분 안녕, 달사람! 50%+어른들을 위한 동화 30%+감동의 `문 리버` 20%

'달사람' R군의 R고보면 재밌는 R포인트

R포인트 1달나라에서 온 우리의 친구
밤하늘의 달에는 누가 살고 있을까요? 아마 몇몇 사람들은 ‘방아 찧는 토끼’라고 대답할 거예요. 하지만 모두에게 소개하고 싶은 친구는 따로 있어요. 바로 ‘달사람(카타리나 탈바흐)’입니다. 엄마 배 속에 웅크린 아기처럼 달님 품에 안겨 있는 달사람. 외로운 그는 지구인과 친해지고 싶은 마음에 무작정 달을 떠나 지구로 향합니다.

기발한 설정이 돋보이는 애니메이션 ‘달사람’은, 토미 웅거러의 동명 동화가 원작입니다. 이 애니메이션은 개성 있는 그림과 짜임새 있는 이야기로 제7회 레이카비크국제영화제 등에서 호평받았습니다.

R포인트 2어른들의 동심 회복 프로젝트
먹고살기 바빠 하늘 쳐다볼 여유조차 없는 어른들. 해가 뜨면 낮이려니, 달이 뜨면 밤이려니 그냥 그렇게 살아갑니다. 경쟁·정복 따위의 야심에 함몰돼,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순수함을 잃어버린 것이죠. 그래서일까요. 어른들은 달사람을 볼 수 없습니다.

오직 때 묻지 않은 아이들의 눈에만 보여요. 그렇기에 영화 ‘달사람’은 어른들을 위한 동화와 다름없습니다. 달사람을 도와주는 발명가 분센 박사(토마스 카스트너) 역시 그런 어른들의 자화상이기도 합니다. 모든 것을 만들어 인생이 무료해진 그는, 어린 시절 보았던 달사람을 떠올리며 동심을 회복하게 됩니다.

R포인트3추억을 자극하는 명곡의 향연
‘달사람’은 눈과 귀가 즐거운 애니메이션입니다. 익숙한 음악과 독특한 영상이 어우러져 황홀한 분위기를 완성합니다. 특히 지구에 도착한 달사람이 강가에서 풍경을 즐기는 장면이 인상적입니다. 이때 흐르는 ‘문 리버(Moon River)’는 달사람의 테마로 손색이 없습니다.

이 밖에도 영화 ‘이터널 선샤인’(2004, 미셸 공드리 감독)의 삽입곡, 미국 사이키델릭 밴드 아이언 버터플라이의 ‘인-어-가다-다-비다(In-A-Gadda-Da-Vida)’ 등에 귀 기울여 보세요. 잠 못 드는 열대야의 짜증을 1도쯤 식혀 줄지도 모르니까요.

‘달사람’은 8월 9일(화) 밤 10시 채널CGV에서 방송됩니다.

채널CGV 히든무비란?
남들은 모르지만 나만 보기엔 아까운 영화를 영화 부문 파워 블로거 R군의 소개로 감상하는 채널CGV 특별 편성 블록입니다. 국내 미개봉 신작은 물론, 짧은 상영 기간으로 만나기 어려웠던 숨은 재미 가득한 신작까지 영화 부문 파워 블로거 R군의 특별 감상 포인트와 함께 즐길 수 있습니다.


 R군의 숨은 영화 찾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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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널CGV 히든무비
‘달사람’ (2012, 스테판 셰시 감독)

달사람은 외로운 달을 떠나 지구로 향한다. 지구 사람들과 친해지고 싶어서다. 하지만 사람들이 그런 마음을 알아줄 리 없다. 달사람의 방문을 ‘외계의 공격’이라 오해한 이들은 그를 감옥에 가두고, 야심가 대통령은 급기야 달까지 정복하려 든다. 험난한 여정에 지친 달사람은 이제 달로 돌아가고 싶다. 과연 달사람은 분센 박사와 아이들의 도움을 받아 무사히 집에 갈 수 있을까.
매주 (화) 밤 10시 채널 CGV 방송
글 황홍선 blog.naver.com/i2krs

김나현 기자 respiro@joongang.co.kr
[사진 제천국제음악영화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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