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마당] 실직 후 의보료 2배 넘게 뛰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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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55세의 전업주부다. 아직 아이들이 학교에 다니고 있어 생활비 외에도 교육비가 만만치 않게 드는 상황에서 남편이 최근 실직했다. 당연히 눈 앞이 캄캄한 상황이다. 그런데 이런 절망적인 상황이 지역의료보험료 때문에 더욱 견디기 힘들다.

남편이 직장에 다닐 때는 직장의료보험에 가입돼 있었고, 보험료는 매달 2만9천원 정도였다. 그런데 회사를 나오자 자동으로 지역의료보험 가입자로 전환되더니 매달 보험료가 두배도 훨씬 넘는 7만2천여원으로 훌쩍 뛰었다.

어떻게 직업이 있을 때보다 없을 때 더 많은 돈을 내라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어 지역공단에 문의했다. 그런데 공단 측의 답변은 놀라웠다. 우리 가족의 의료보험료가 그렇게 높게 책정된 이유는 우리가 상당한 재산을 갖고 있기 때문이란다.

그 재산이란 것이 뭐냐고 묻자 고향에 있는 부동산과 자가용이라고 말했다. 어처구니가 없었다. 고향의 부동산은 몇평 되지도 않는 논이고, 그곳에서 나오는 연간 수입이라고 해봤자 이웃에게 빌려주고 받는 45만원이 고작이다.

남편의 차는 폐차 직전의 소형차다. 이런 사정을 설명했지만 공단 직원은 "어쩔 수 없다"는 말만 반복했다. 실업자에게 더 많은 보험료를 물리는 이 나라의 의료보험제도가 답답하기만 하다.

김정.대전시 관저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