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지 팬미팅, 와썹 공연 돌연 취소…중국 측 “불가항력 이유”

중앙일보

입력 2016.08.05 02:06

업데이트 2016.08.05 10:16

지면보기

종합 05면

#1. “불가항력적인 이유로 6일로 예정된 김우빈과 수지의 팬미팅 행사를 연기합니다. 이미 입장권을 구매한 분들께 정말 사죄드립니다.”

기사 이미지

중국 최대의 동영상 사이트인 유쿠(優酷)가 3일 오후 온라인 사이트에 게재한 공식 발표문이다. 한국과 중국에서 동시 방영 중인 드라마 ‘함부로 애틋하게’의 주연 두 사람을 초청해 6일 베이징 올림픽 체육관에서 팬미팅을 개최하려던 계획을 사흘 앞두고 갑작스레 무기 연기한 것이다. 주최 측은 ‘불가항력’이라고 밝혔지만 댓글을 단 네티즌 1200여 명은 예외 없이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와 연관 지었다. “광전총국, 잘했다”고 쓴 댓글도 적지 않았다. 광전총국은 중국의 방송·영화·광고 등을 관할하는 장관급 부처다.

유인나, 합작 드라마서 삭제되고
이준기는 비자 못 받아 행사 차질
중국 당국 입장 표명 않고 있지만
현지선 한국 스타 출연 제한 지시설

#2. 걸그룹 와썹의 중국 공연 일정도 돌연 취소됐다. 와썹의 소속사 측은 “5일 중국 장쑤(江蘇)성 쑤첸(宿遷)시에서 열리는 관객 3만 명 규모의 빅스타 콘서트 출연 계획이 취소됐다”고 4일 밝혔다. 또 그룹 스누퍼의 소속사는 “21일로 예정된 둥팡(東方)위성TV 프로그램 ‘AIBB’ 출연과 이달 말 베이징의 패션 브랜드 행사가 취소됐다”며 “AIBB의 경우 2개월 동안은 한국 가수를 섭외하지 않을 것이라고 들었다”고 말했다.

기사 이미지

한류 스타들의 중국 공연이나 방송 출연이 취소·중단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본지 8월 2일자 3면>

후난위성TV에서 방영 예정인 한·중 합작 드라마 ‘상애천사천년2’의 경우 “탤런트 유인나가 촬영을 거의 다 끝냈지만 출연 분량 전체 삭제가 불가피해 출연료·위약금 협의만 남은 상황”이라고 관계자가 밝혔다. 후베이위성TV의 예능 프로 ‘루궈아이3’의 경우는 한국 가수 김희철이 출연한 부분을 삭제하는 바람에 분량이 모자라 방송 예정일을 미루고 보강 촬영에 들어간 상태다. 정확한 이유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배우 이준기도 비자를 받지 못해 자신이 주연한 영화 ‘황옌시시리’의 중국 개봉 행사 참석이 어려워졌다.

기사 이미지

이런 일들이 잇따르고 있지만 중국 당국은 입장 표명을 하지 않고 있다. 광전총국은 ▶공식 지침을 내렸는지 여부 ▶사드 배치와 관련이 있는지 여부를 묻는 한국 언론의 질문에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았다. 본지가 접촉한 복수의 중국 기획사나 제작사 관계자들은 “공식 지침이 내려온 적은 없다”면서도 사드와의 관련성에 대해 “분위기가 그렇게 돌아가고 있지 않으냐. 업계에선 이심전심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답했다.

한 제작사 간부는 보다 구체적 증언을 했다. 익명을 요구한 이 관계자는 “사드 배치 발표 며칠 후 광전총국 간부로부터 한국과의 문화 콘텐트 협력 사업은 자제하는 게 좋겠다는 권유성 전화를 받은 적이 있다”며 “말은 권유였지만 업계 입장에선 명령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관련 기사

① 이 와중에 중국 가겠다는 사드 반대파 야당 초선들

② 박 대통령 “사드, 성주군이 새로운 지역 추천하면 검토”

③ 남남갈등 파고드는 중국 CC-TV…사드 반대 야당의원에 인터뷰 공세

8월 들어 줄을 잇고 있는 일련의 현상들에 대해 중국 인터넷과 문화 전문 매체들은 ‘한한령(限韓令)’이 내려졌다는 표현을 쓰고 있다. 한국 콘텐트나 한국 스타들의 출연을 제한하라는 지시가 광전총국 등 상급기관에서 내려졌다는 의미다.

문제는 많은 중국인이 이런 기류에 지지를 보내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판 트위터인 ‘시나 웨이보’가 4일까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응답자의 86% 이상이 최근 상황에서 중국 정부가 한국 연예인의 출연을 금지한다면 지지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조사에는 28만 명이 참여했으며 댓글만 11만 건에 달했다. 많은 네티즌은 사드 배치를 비난하며 ‘애국심이 오락을 앞선다’는 입장을 밝혔다. 환구시보는 4일 사설에서 “한류 스타가 사드 배치의 희생양이 되더라도 이는 중국 때문이 아니라 한국이 자초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베이징=예영준 특파원 yyjune@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Innovation Lab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