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건강지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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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유럽의 새 출발. 근착 비즈니스위크지(미국·국제판)는 이런 표제를 달고 있었다. 같은 무렵 뉴스위크지도「유로-옵티미즘(낙관주의)」이라는 제목으로 특집을 했다.
1970년대의 유럽은 두 가지 단어로 불렸었다. 하나는「유로·페시미즘」, 또 하나는「유로-스클리로시스」(Euro-sclerosis). 앞의 것은「유럽비관론」이고, 뒤의 것은「유럽동맥경화증」이라는 뜻이다.
어느 쪽이든 유럽은 크게 병들어 있다는 얘기다. 그 원인은 독일 경제학자「헤르베르트·기르쉬」교수(킬 세계 경제문제 연구소)의 지적에 따르면 네 가지다.
첫째는 고집 불통의 노동자들, 둘째는 정부의 지나친 기업 간섭, 세째는 고율의 과세, 네째는 기술 개발의 낙후.
특히 70년대 이후 두 차례의 혹독한 오일 쇼크를 겪으며 재래식 기업을 고수해온 유럽경제는 산업구조 개편을 단행한 일본을 당해낼 수 없었다. 그것이 바로「유로-스클리로시스」라는 유럽 병이다.
그러나 최근 그 유럽에 중대한 변화가 일기 시작했다. 하나는 물불을 가리지 않던 노조들이 기세를 잃었다. 실업자가 붐비는 현실에서 임금을 올리라는 스트라이크는 설득력이 없었다. 유럽의 노동자들은 요즘 거꾸로『타협!』이라는 플래카드를 들고 데모 아닌 데모를 한다.
달러 값의 하락, 노-난센스(근엄한)의 경영자 등장도 유럽의 낙조를 새벽으로 바꾸는 전기를 마련했다. 여기에 더하여 우유 값마저 떨어져 유럽의 기업들은 눈을 비비기 시작했다.
가렴 이탈리아의 피아트 자동차공장은 5년 전만 해도 매일 결근율이 20%나 되었다. 그것이 지금은 5%로 줄었다.
그러나 보다 중요한 사실은 유럽 사회주의의 퇴조 경향이다. 사회주의 정권들마저도「우경」의 정책들을 펴고 있다.
노동자들은 우경의 정책에 거는 기대가 더 크다. 자신들에게 돌아오는 과실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달러화 약세는 미국이나 일본에서 방황하던 유럽 화폐들을 일깨워 다시 고향으로 돌아오게 만들었다. 유럽 기업들은 비로소 투자에 눈을 돌릴 수 있게 되었다.
독일의 폴크스바겐 자동차회사는 그동안 풀이 죽었다가 다시 일어났다. 이제는 원가 절감, 시설 개체, 새 상품 개발이 가능해졌다. 폴크스바겐은 유럽 제일의 판매고를 올리고 있다. 『기술만이 살길이다』-, 이런 얘기는 요즘 유럽경영 컨설턴트들의 유행어가 되었다. 특히 프랑스는 컴퓨터 산업에 본격적인 진출을 시도하고 있다.
비즈니스 위크지가 유럽경제의「건강지도」를 그려놓은 것을 보면 스페인 남부와 포르투갈, 북부 영국과 노르웨이, 스웨덴을 제외하곤 모두 혈색이 좋다.
전두환 대통령의 유럽 순방과 함께 우리 경제도 유럽 활로를 찾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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