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시사프로 "시청률이 우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04면

시사고발 프로그램이 말랑말랑해졌다. 우선 소재가 가벼워졌다. 지난주 '그것이 알고 싶다'(SBS)의 '보아, 일본을 삼키다'(사진)가 대표적인 예다. 물론 인기가수 보아를 통해 일본 대중문화 시장에서 한국 가요의 위상이 달라진 현상을 진지하게 다루기는 했다.

하지만 보아라는 소재는 기존에 이 프로그램이 다뤄온 '이태원 유학생 살인 사건고발''벼랑 끝 범죄, 유괴'등과는 확연히 다르다. 이보다 앞서 14일엔 MBC 심야스페셜 역시 '소녀가수 보아, 그녀의 스토리'편을 내보내기도 했다.

이처럼 시사물이 기존에 넘보지 않던 대중문화 현상까지 다루게 된 것은 소재의 고갈 때문이다. '그것이 알고 싶다'의 최태환 PD는 "시사 프로그램이 방송사마다 두세 개씩 되어 아이템이 겹칠 가능성이 많다"면서 "모두들 인터넷을 통해 소재를 찾다보니 비슷비슷해진 측면이 있다"고 털어놓았다.

가벼운 소재까지 넓히다 보니 때로 선정적인 아이템으로 빈축을 사는 경우도 있다. 지난주 '세븐 데이즈'(SBS)는 '한국 누드 연예인의 초상-제발 제대로 찍어라'에서 일본 여자 연예인의 누드사진을 모자이크 처리없이 방영해 시청자들의 항의를 받았다.

'세븐 데이즈'의 최상재 PD는 "일본 사진집이 예술작품으로 손색이 없다는 판단을 했기 때문에 모자이크 처리를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결국 이번 파문은 접근 방식의 문제가 아니라 소재 자체의 선정성에서 기인했다고 할 수 있다.

시사물의 연성화는 소재에 그치지 않는다. '시민 프로젝트 나와주세요'(KBS)는 시청자에 가깝게 다가간다는 취지 아래 개그맨 전유성씨 등 유명 연예인들을 패널로 선정했었다. 지난 주부터는 '국경없는 기자단'의 김비태씨와 코믹한 이미지로 뜬 학원강사 장하나씨, 개그맨 이정수씨, VJ 전지나씨가 새 패널로 등장했다.

표만석 PD는 "처음 선정한 패널들이 전문성 시비 등으로 자의 반, 타의 반 교체를 요구해 바뀌었다"면서 "패널이 바뀌더라도 잘 알려진 얼굴을 출연시킨다는 방침에는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시청자를 끌어들이려면 유명 연예인을 '간판'으로 활용해야한다는 것이다.

이같은 변신에 대해 "시청률을 의식하는 것은 좋지만 연예인 모시기보다 프로그램의 질로 승부해야 할 것"이라는 비판이 많다.

안혜리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