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창학·박완서의 최근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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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최창학의 『지붕』(문학사상2월)은 놀람과 충격을 동시에 제공하는 소설이다. 이같은 대상도 훌륭한 소설적 재미로 우리에게 제시될 수 있다는 것은 놀람이다. 인간이 이토록 동물적일 수도 있고, 인간이 이토록 추해질 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되는 것은 충격이다.
1백50여명의 식구가 죽음을 기다리며 그들 최후를 마무리해가는 「안식의 집」이 이 소설의 배경이다. 그 1백50여명의 식구들은 그 누구도 정상적인 사람들은 아니다. 명을 가져 자식들로부터 버림받은 사람들, 의지할 곳 없어 그들 최후를 의탁한 사람들, 혹은 실성한 사람, 말을 잃어버린 침묵의 사람들을 신혜와 조금선 선생님, 정태문 선생님, 박해준 선생님들이 봉사자로 돌보게 된다. 그러나 봉사자인 그들 역시 육신만 멀쩡했지 정신적으로는 정상적 삶을 살아온 사람들이 아니다.
그들 봉사자들의 가슴속에 각인되어 있는 슬픔의 응어리를 최창학은 결코 드러내 놓고 있지는 않다. 그러나 식구들에게 죽음 직전 신장과 안구를 기증하도록 암암리에 강권하고 있는 「안식의 집」주인인 목사의 행각을 숨겨놓고 있는 것처럼 그들의 그늘진 삶을, 그들의 가슴속에 깊숙이 박혀있는 슬픔을 작가는 결코 놓치지는 않고 있다. 육체적인 불구자와 정신적인 상처자들을 다함께 모아놓고 최창학은 인간이란 무엇일까라는 진부한 물음을 새삼스레 던져주고 있다.
막다른 상황, 피할 수 없는 죽음직전의 상황속에서 인간들은 과연 어떤 행태로 자리하며 삵의 현장인 현실이란 이 경우 과연 어떠한 것인가를 『지붕』은 현미경 속의 물체를 관찰하듯 하나 하나 이야기로 엮어 제시하고 있다. 이야기로 제시하는 곳에 재미는 동반되며 작가의 소설적 기량을 촌탁할 수 있는 열쇠를 갖게된다. 그래서 현실은 어떤 것이며 현실에 대응하는 인간 삶의 자세는 어떻게 갈등하는가에 작가의 관심은 집중되게 된다.
현실을 단지 삶의 현장으로서가 아니라 죽음과 대응되는 동물적 생명연장의 측면에서 파악하고, 인체의 부분들이 기계의 부품처럼 취급될 수도 있는 냉혹한 사실에 주목을 돌리도록 한다. 최창학의 독특한 현실인식태도는 이 곳에서 더욱 두드러지게 된다.
그것은 인간의 동물적인 수성에 대한 확고부동한 믿음같은 것이다. 그것은 그의 또 다른 소설 『ㅎㅈㅁㅈㅊㅅ』(동서문학 2월)에서도 볼 수 있는 점이다.
박완서의 『비애의 장』(현대문학 2월)은 인간의 이기심을 역사적 사건들과 결부시킨 작품이다. 인간의 이기심이 갖게되는 파행성을 분단과 이산의 문제와 접목시키면서 이산가족재회 이후를 소설로 접근했다는데 매우 깊은 뜻을 부여하게 된다.
그 이산, 재회 이후는 당대의 우리 민족이 겪게 되는 비애의 극대화에 다름 아니라고 박완서는 말하려 한다. 그리고 이산과 분단에 책임져야 할 당사자들에게 분노의 목소리를 높인다. 작가의 현실인식이 심리적 천착과 함께 역사적 안목에로 폭넓게 수용되는 소설적 성과를 그래서 확인하게 된다.
김선학<문학평론가·동국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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