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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 사태 동문들 가세…‘졸업증명서’ 벽보 시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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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본관 뒷문에서 2일 오후 1시쯤 두 학생이 학생증을 꺼내 보인 후 녹색 종이 팔찌를 받아 팔목에 묶었다. 선글라스와 황사 마스크를 쓰고 본관 출입을 통제하던 다른 학생들은 “이대생 신분 확인을 위해 팔찌를 절대 풀지 말라”고 당부했다. 이때 막 배달 온 컵밥 박스도 본관 안으로 옮겨졌다.

‘미래라이프 대학’ 갈등 계속
일각선 “학벌 사회 문제 표출 됐다”
같은 입장 동국대생 “지나친 반응”
교수협은 “학문·직업교육 혼동 안돼”

평생교육 단과대(미래라이프 대학) 설립에 반대하며 지난달 28일 대학 본관을 점거한 이화여대 재학생·졸업생이 ‘총장 사퇴’를 요구하며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전날 최경희(54) 총장은 기자회견에서 “당분간 모든 절차를 중단하고 학생들과 대화할 테니 본관에서 나오라. 지금부터 관용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학생들은 2일에 성명을 내 “경찰을 동원한 최 총장이 사퇴하고, 학위 장사에 불과한 미래라이프 대학 설치 사업을 전면 폐지해야 본관 점거를 풀겠다”고 했다. 최 총장은 회견 때 “이사회 승인까지 났기 때문에 (설립 승인안을) 원점으로 되돌릴 수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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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여대 학생들이 ‘미래라이프 대학’ 설립에 반대하며 엿새째 서울 대학본관 점거 농성을 이어 가고 있다. 2일 오후 졸업생과 재학생들이 교문에서 ‘졸업장 반납 퍼포먼스’를 벌이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 최정동 기자]

일부 교수와 졸업생들도 미래라이프 대학 설립 반대 운동에 동참했다. 1일부터 학교 정문에는 이 학교 졸업증명서 사본 400장가량이 붙었다. ‘단과대를 설립하면 졸업장을 반납하겠다’는 의미로 졸업생들이 보내온 것이라고 한다. 이 대학 교수협의회에서도 “엄격한 학생 선발 기준 등을 가진 학문적 프로그램과 직업교육 프로그램이 혼동되어선 안 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번 사태를 ‘학벌 사회’의 문제가 표출된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익명을 원한 한 사립대 교수는 “이화여대는 과거 ‘여대의 서울대’처럼 여겨지며 사회 진출에서 특수한 이점을 누렸다. 이때의 자존감을 공유하는 구성원들이 미래라이프대를 교육 기회의 확장으로 보지 않고 자신들의 학벌을 바겐세일하는 것으로 이해하는 측면이 있다”고 풀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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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여대와 함께 평생교육대 사업 대학으로 선정된 동국대의 학생 오모(27·여)씨는 “다른 대학 학생과 달리 이대생들이 지나치게 예민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 서대문경찰서는 지난달 28일부터 30일까지 교수·교직원 등 5명을 본관에 감금한 혐의로 학생들에 대한 조사를 시작했다고 2일 밝혔다. 이상엽 서대문서 수사과장은 “감금 주동자를 파악하기 위해 피해 교수들의 진술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글=김나한 기자 kim.nahan@joongang.co.kr
사진=최정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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