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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정유미의 연기에선 따뜻함이 느껴진다. 좀비물 '부산행'에서도 마찬가지다.
정유미는 7월 20일 개봉해 전국 관객 800만을 넘어선 영화 '부산행(연상호 감독)'에서 마동석(상화)의 아내 성경을 맡아 열연했다. 위기의 순간에서 나 보다는 남을 먼저 배려하는 인물이다.
만삭의 임산부 설정이라 공유나 마동석처럼 화려한 액션을 선보이진 않지만 대신 따뜻한 메시지를 던진다. 정유미는 "성경처럼 멋있는 사람이 아니다. 이런 캐릭터를 통해 (인생을) 배울 때 좋다"고 말하지만 사실 성경은 가식없고 정 많은 정유미의 모습과 많이 닮아 있다.
정유미 특유의 개성과 매력이 잔뜩 배어있는 이 영화로 좋은 성적까지 받고 있다. 개봉 12일 만에 800만 명을 돌파했다. 생애 첫 1000만배우 타이틀을 달 날이 멀지 않았다.
-만삭의 임산부 설정이다. 부담스럽진 않았나.
"전혀. 나에 대한 오해가 있는 것 같다. 어떤 작품이 들어왔는데 애 엄마로 나오는 설정이라 내가 거절했다는 얘기가 있더라. 그런 이유로 거절한 적은 없다. 거절할 때 충분히 이유를 설명했음에도 불구하고 '만삭 설정이라서 거절했다며?'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더라. 정말 오해다. 내가 할 일은 작품 안에서 연기를 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에 만삭의 임산부 설정이 전혀 부담스럽지 않았다. 이미지 걱정도 되지 않았다."
-좀비들에게 쫓기는 장면이 많았다.
"좀비가 뒤에서 쫓아오는 장면에서 진짜로 (내 속도대로) 뛸 수 없었다. 그러면 카메라가 쫓아올 수 없기 때문이다. 빨리 뛰는 것처럼 보여야하는데 그렇다고 해서 다리를 빨리 움직이면 카메라 찍는 분이 힘드니깐 속도조절을 해야했다. 그게 좀 힘들더라."
-공유 딸로 나오는 김수안과 호흡은 어땠나.
"('부산행'은) 장르 때문에 정서적으로 상대와 교감할 수 있는 장면이 많지 않았다. 감정신은 빨리 넘어가고 기술적으로 보여줘야하는 게 많은 영화였다. 주어진 시간 안에서 정서를 표현하고 교감해야하는데 수안이랑 찍으면서 뭉클한 경험을 했다. 수안이와 찍으면서 굉장히 감동스러웠던 순간도 있었다."
-성경은 참 멋있는 역할이었다고 생각한다.
"난 그런 사람은 아니다. 그래서 이런 캐릭터를 통해 (인생을) 배울 때 좋다. 사실 연기를 하면서 큰 재미를 느낄 때는 성경 같은 (착한) 역할 보다는 악역을 맡아 변신을 할 때다. 하지만 이번엔 연기하면서도 재밌었고, 감사했다. 이번처럼 연기를 하면서 나란 사람을 돌아보게 될 때 창피하다. '도가니'때도 (연기할 때 느낀 감정이) 그랬다."
-단 벌 의상을 입고 나왔다.
"단 벌 의상이거나 흙분장을 하고 찍을 때가 제일 편하고 좋다. 신경쓸 게 많지 않다. 영화에서 나온 의상은 한 벌이지만, 같은 옷이 여러 벌 있어서 갈아있업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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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서 '아줌마'라는 말을 듣는다.
"내가 이제 그럴 나이이지 않나. (웃음) 영화에서 듣는 건 괜찮다. 물론 다른데에서 듣는 건 싫다. 평소엔 아줌마라는 소리를 들어본 적은 없다. 이번에 촬영할 때 좋았던 것 중 하나가 수안이가 언니라고 불러준 점이다.(웃음)"
-마동석과 부부 호흡을 맞췄다.
"사실 부부로 나오지만 같이 할 수 있는 장면은 많지 않았다. 그럼에도 우리 둘 사이가 끈끈해보였다면 그건 마동석 선배님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덩치 만큼이나 에너지가 어마 어마한 분이었다. 처음에 만났을 떈 전작에 대한 이미지가 있어서 이성적인 분이라고 생각했는데 진짜 섬세한 분이었다. 사실 이런 (좀비물 장르의) 영화에서 정서를 나누는 게 쉽지 않은데 연기하면서 뭔가 어우러지는 느낌을 받았다. 선배님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아직도 작품에서 첫 촬영할 때마다 떠는데 선배님이 첫 촬영에서 유연하게 애드리브도 하고, 편한 모습을 보여줘서 잘 찍을 수 있었다. 선배님은 장르물도 많이 하고, 다양한 경험을 한 분이지 않나. 확실히 경험이 많은 분은 다르더라."
-공유와는 '도가니'에 이어 또 한 번 같은 작품을 했다. 부산 출신이니, 다음 작품에선 사투리를 쓰는 설정으로 멜로를 찍으면 어떨까.
"진짜 재밌을 것 같다. 오빠랑 두 번이나 같이 작품을 했는데 그런 멜로나 로맨스 라인은 없었다. 다음에 해보면 재밌을 것 같다."
-평소 작품을 대하는 태도가 궁금하다.
"촬영기간 동안 하루종일 그 캐릭터의 감정에 깊이 빠져있는 편은 아니다. 촬영 며칠 전부터 그 캐릭터의 상황과 상태로 있는 건 불가능한 일이다. 이번 영화는 워낙 많은 배우가 많이 나오고 짧은 커트(신)가 많아서 정서를 계속 끌고가는 게 오히려 방해가 될 것 같았다. 그래서 최대한 그 순간 집중하려고 노력했다. 촬영할 땐 밥을 거의 안 먹는 편이다. 배까지 부르면 몸이 너무 편해지니깐 일부러 잘 안 먹는다. 그런데 너무 안 먹으면 (얼굴이) 창백해지기도 하고,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나서 창피하다. 그래서 그때마다 밥은 안 먹고 대신 젤리를 먹고 그랬다.(웃음)"
-지금까지 배우 정유미의 인생은 꽃길이었다고 생각하나.
"꽃길만 걷지 않았나?(웃음) 난 그렇다고 생각한다. 대중들이 바라보는 시선과 상관없이, 작품 흥행과 상관없이 내 스스로는 그랬다고 생각한다. 데뷔는 얼떨결에 했지만 그 다음 영화도, 그 다음 다음 영화도 다 좋았다. 드라마의 시작도 좋았다. 작품 때문에 힘들었던 적도 없다. 물론 대중이나 관계자들이 바라보는 기대감과 (내 만족도가) 괴리감이 있을 수 있지만 작품 흥행 여부를 떠나서 좋았다고 생각한다."
온라인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