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파원J] 1290원의 불행, 리우에서 버스 타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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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톡파원J입니다.

중앙일보 취재팀이 묵는 숙소는 올림픽 경기장이 밀집한 올림픽 파크 건너편의 아파트입니다. 가까운 곳에 둥지를 잘 틀었지요.

그런데 오늘은 너무 피곤합니다. 브라질의 대중교통을 이용해 '세계 3대 미항' 코파카바나를 가려고 했는데 그 과정이 너무도 험난했습니다.(리우 올림픽 조직위는 올림픽 취재진에게 대중교통 카드를 제공했습니다. 무료로 이용 가능한 상황~)

일단 버스정류장 찾는 게 너무 어려웠죠. 또 버스는 너무 돌아 갑니다. 길은 늘 교통체증에 시달리고요. 이 모든 걸 뚫고 바하 지역에 위치한 올림픽 파크에서 코파카바나 해변까지 도착하는 데는 1시간 40분이 걸렸습니다.(나 대전 갔다 왔니? -.-)

지금부터 리우에 오면 풀어야 하는 '대중교통 타기' 숙제를 소개해볼게요.

#과제1. 정류장, 넌 도대체 어디 있는 거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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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 정류장 표지판이 붙어있는 전봇대. 김기연 대학생 기자

리우 거리에서 버스정류장 찾기는 모래밭에서 바늘 찾기입니다. 전봇대에 자그마한 표지판이 수줍게 붙어있는데 버스정류장이라는 사실을 별로 알리고 싶어 하지 않는 것 같아요. 지도에는 분명히 버스 정류장이 있는데 아예 없는 곳도 있습니다. 말 탄 경찰들도 정류장의 위치를 몰랐습니다.(올림픽 때문에 여기저기서 파견 와서 그렇다는 이야기도 있네요) 버스 정류장을 찾는 데는 지도나 경찰보다 무리지은 사람을 육안으로 발견하는 게 빠를 수 있습니다. 그 옆 전봇대에 흰 바탕에 파란 버스가 그려진 정류장 표시가 있을 확률이 높거든요.

#과제2. 모르는데 어떻게 타요!
버스 정류장을 찾아도 문제입니다. 여기에 어떤 버스가 서는지, 어디로 가는지 노선 정보가 전혀 없습니다. 그냥 전봇대와 사람들이 전부입니다.(여긴 어디, 난 누구?) 리우 교통 어플리케이션을 깔거나 구글 맵을 이용하는 게 최선입니다. 그러고 나서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에게 재확인하는 게 최고죠.(그나마 사람들이라도 친절하니 다행~)

#과제3. 알아서 내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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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연 대학생 기자

우여곡절 끝에 버스 타는 데 성공해도 또 다른 관문이 기다립니다. 안내방송이 나오질 않는다는 거~(띠로리~~) 이번 역이 어디인지 알려주는 화면 따위는 기대도 하지 마시고요. 이번 과제는 필히 탑승객 중 친절한 브라질 아미고(Amigo·친구)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게 요령입니다. 구글 지도로 자신의 위치를 계속 확인하는 방법도 도움이 됩니다.

버스를 타고 어렵사리 도착한 코파카바나 해변은 아름다웠습니다. 세계 3대 미항이라 불릴만 했죠.(해변 이야기는 다음회에~) 그럼에도 리우에서 대중교통 이용하기는 달갑지 않은 경험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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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파카바나 해변에 만들어 놓은 모래 작품. 김기연 대학생 기자

돌아올 때는 결국 택시를 이용했습니다. 숙소 도착까지 40분이 걸렸고, 요금은 78헤알(2만6500원)이 나왔습니다. 버스보다 시간은 1시간이 줄었고, 대신 비용은 20배가 비싸졌습니다. 버스 요금은 거리가 멀건 가깝건 동일하게 3.8헤알(1290원)입니다.

비싼지 싼지 잘 모르겠다고요? 브라질 물가에 대해선 다음 기회에 다시 전해드릴게요. 톡파원J 다음이야기 기대해주세요.

◇리우 취재팀=윤호진ㆍ박린ㆍ김지한ㆍ김원 중앙일보 기자, 피주영 일간스 포츠 기자, 김기연 대학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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