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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급 실버주택선 댄스파티…지방선 입주민 못 구해 방치

조인스랜드

입력

[황의영기자] “ 자식한테 신세 질 필요 없고 좋지. 간병인이 돌봐주고 댄스 동호회에서 춤도 배우는데 나쁠 게 뭐 있겠어.”

의료·편의시설과 멀어 미분양 속출

13일 서울 강서구 시니어스타워 인근에서 만난 이모(83)씨는 실버주택 생활을 이렇게 설명했다. 매일 오전 6시쯤 일어나 노래·운동 등 시간별로 스케줄이 빡빡하다.

공무원으로 일하다 퇴직한 그는 4년 전 살던 집을 팔고 전용면적 60㎡형에 입주해 부인과 함께 산다. 보증금은 3억5000만원, 매달 생활비는 180만원 정도 낸다.

#지난 10일 서울 은평구의 A실버주택. 흐린 날씨에도 1층 현관 로비는 불을 켜놓지 않아 컴컴했다. 입주민이 사는 각 층 복도도 적막감이 흘렀다. 건물 지하 2~3층엔 사우나와 찜질방, 수치료실 같은 부대시설이 있지만 모두 문이 닫혀 있었다. 피트니스센터도 운동기구만 놓여 있을 뿐 불이 꺼져 있었다.

한때 ‘골드주택’이라 불리던 실버주택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상반된 두 모습이다. 도심에 들어선 고급 실버주택 일부는 제 역할에 맞게 운영되고 있지만 그 외 대다수는 노인조차 외면하는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과거 우후죽순처럼 들어섰던 실버주택이 대부분 노인의 외면을 받았고, 일부 되는 곳만 잘 되는 양극화 현상이 심해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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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형 생활 편하지만 한달 300만원대 생활비 부담


양극화의 원인은 입지와 가격에 있다. 실버주택은 입지에 따라 도심형과 도시근교형, 전원형으로 나뉘는데 사업 초기엔 지방에 들어선 전원형이 주를 이뤘다. 당시 땅값이 싼 자연녹지에 지을 수 있도록 규제가 완화됐기 때문이다.

분양가나 임대료가 비교적 싸고 주거환경이 쾌적한 게 장점이지만 고립감이 크고 의료·편의시설 접근성이 떨어져 대부분의 사업이 실패했다. 미분양이 발생해 입주율이 떨어졌고 서비스도 제대로 제공되지 않다 보니 다시 이탈자가 생기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한 예로 전남 구례군의 B실버주택은 2005년 완공됐지만 주변 편의시설 부족 등으로 분양에 실패한 뒤 수년째 방치돼 있다. 도시근교형은 입지면에서 전원형보다 만족도가 높지만 높은 입주 비용이 걸림돌로 작용했다.

경기도 분당에 있는 C실버주택의 일부 주택형은 2009년 분양 때 분양가가 3.3㎡당 3000만원대로 당시 분당 아파트 시세(1800만원대)를 크게 웃돌았다. 김지은 주택산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대부분의 개발업자가 ‘복지’보다는 수익성에 초점을 두고 접근하다 보니 고가로 분양한 경우가 많다”고 했다.

최근 늘고 있는 도심형의 경우 성공 사례가 적지 않다. 대표주자로는 서울 광진구 ‘더클래식500’과 수도권 전역에 있는 ‘시니어스타워’ 등이 꼽힌다. 도심에 들어서는 만큼 교통과 생활 편의성이 높은 게 장점이다. 가족과 교류하기 쉽고 각종 서비스와 의료·편의시설도 잘 갖추고 있다.

다만 분양가나 임대료가 비싸고 관리비 부담이 커 경제력을 지닌 노인이 아니면 입주하기 어렵다. 더클래식500 전용면적 125㎡형이 보증금 9억2000만원, 가구당 평균 생활비는 300만~400만원이다. 그런데도 “공실이 없을 정도로 수요가 많다”는 게 업체 측 얘기다.

노인이 떠난 자리를 젊은 층이 메우기도 한다. 서울 중계동 중앙하이츠아쿠아와 상암동 카이저팰리스 등은 실버주택이지만 나이 든 입주민이 많지 않다. 상암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30~40대가 많고 60세 이상은 10명 중 2~3명에 불과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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