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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신아람 울린 하이데만 “그녀는 최고의 검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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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올림픽 펜싱 에페 준결승전에서 하이데만에게 진 뒤 주저앉아 눈물을 흘리는 신아람. [중앙포토]

4년 전인 2012년 런던 올림픽 펜싱 여자 에페 개인전 준결승. 신아람(30)은 승리까지 단 1초를 남겨놓고 있었다. 스코어는 5-5로 동점이었지만 신아람은 경기 전 추첨을 통해 ‘동점으로 끝나면 승리한다’는 프리오리테(우선권)를 갖고 있었다. 그대로 경기가 끝나면 신아람은 독일의 브리타 하이데만(34)을 꺾고 결승에 오를 수 있었다. 그러나 이때 전광판의 시계는 거꾸로 돌았다. 심판은 남은 시간을 0초에서 1초로 되돌렸고 신아람은 0.93초 만에 하이데만에게 공격을 허용했다. 승부는 그걸로 끝이 났다. 신아람은 ‘1초 오심’에 눈물을 흘리며 한동안 피스트(펜싱 코트)를 떠나지 못했다.

리우 올림픽에서 신아람과 하이데만의 리턴 매치는 열리지 않는다. 하이데만은 세계 14위까지 주어지는 올림픽 티켓을 따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대신 그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위원 후보 자격으로 리우에 왔다. 29일 리우 올림픽 선수촌에서 하이데만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오렌지색 독일 유니폼을 입은 그는 한국 취재진을 반기며 먼저 다가왔다. 그러고는 런던 올림픽에서 맞대결을 펼쳤던 신아람을 향해 응원의 메시지를 보냈다.

‘1초 오심’ 런던 올림픽서 맞대결
선수 아닌 IOC 위원 후보로 참가
“한국 펜싱팀에 행운이 있길 바라”

하이데만=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한국에서 오셨군요.

기자=네. 이번 리우 올림픽에선 선수로 뛰지 못한다니 아쉽네요.

하이데만=(웃으며) 한국에서는 저를 싫어하지 않나요.

기자=아닙니다. 신아람 선수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하이데만=사실 우리는 좋은 친구 사이입니다. 런던 올림픽 결승이 끝난 이후에도 서로 ‘빅 허그(big hug·포옹)’를 나눴어요. 앙금이 없습니다.

기자=한국 펜싱팀, 특히 신아람 선수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주실 수 있을까요.

하이데만은 이 제안에 흔쾌히 응했다. 그러고는 한국말로 ‘Hi(안녕)’를 어떻게 말하는지 물었다. 하이데만은 두 차례 연습을 하더니 유창한 발음으로 ‘안녕하세요’라고 말했다.

“안녕하세요. 저는 펜싱 선수 브리타 하이데만입니다. 한국 펜싱팀, 에페팀에 행운이 있길 바랍니다. 그리고 신아람 선수, 전 당신이 최고의 검객이라는 걸 압니다. ”

하이데만은 “이렇게 큰 대회에 선수로 참가하지 못하는 게 무척 아쉽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선수 신분이 아니라서 좋은 점도 있다. 대부분의 선수는 2명이 한방을 쓰는데 난 독방을 쓴다”고 농담을 던졌다.

그는 또 “올림픽 금메달은 하늘이 점지해 주는 것”이라면서도 “실력 외에 강한 정신력이 필요한 건 분명하다. 런던 올림픽 때 신아람이 그랬다”고 덧붙였다. 신아람은 당시 에페 개인 준결승전 탈락 이후 열린 에페 단체전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리우 올림픽에서 한국 펜싱팀은 다음달 6일부터 14일까지 에페·플뢰레·사브르 남녀 개인전과 단체전 등 9개의 종목에서 메달에 도전한다. 신아람이 출전하는 여자 에페 개인전은 다음달 6일, 단체전은 11일에 열린다. 
 [펜싱 선수 브리타 하이데만 단독 인터뷰]

리우=윤호진·피주영 기자 yoong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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