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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인천경찰 왜 이러나…경위는 음란행위, 경장은 불법오락실 운영

중앙일보

입력

 
인천경찰이 구설수에 올랐다. 인천지방경찰청 소속 경찰관들이 불법 오락실 업주와 유착하고 공공장소에서 음란행위를 하는 등 비위 사실이 잇따라 드러났기 때문이다.

고교동창인 불법 오락실 업주에게 오락실 단속 수사보고서를 건네 체포된 인천청 광역풍속팀 소속 A경장(34)은 사실상 불법 오락실 운영자였다. 그는 '오락실 수익의 5%'를 받기로 하고 불법 오락실 업주(34)에게 수사보고서를 줬다. 경찰이 3~5월까지 단속한 인천지역 불법 오락실 7~8곳의 수사 내용과 환전 영업장부, 일일 정산표, 압수 물품 목록 등의 정보가 담긴 자료였다.

A경장은 지난 1월부터 불법 오락실과 성매매업소 등을 단속하는 광역풍속팀 소속으로 근무해 왔다. 단속을 해야 할 경찰이 오히려 운영에 도움을 준 셈이다.

경찰은 A경장에 대해 형사사법절차전자화법 위반에 게임산업진흥법 위반 혐의까지 적용해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다.

A경장이 수익금을 받기로 하고 수사보고서를 넘긴 만큼 불법 오락실을 함께 운영하는 '동업자'로 본 것이다. 그가 단속 정보 등 다른 경찰 내부 정보도 함께 넘겼는지도 알아보고 있다.

비슷한 사건은 한 달 전에도 있었다. 지난달 23일에는 불법 오락실 업주에게 단속차량 등의 정보를 넘긴 혐의로 남부경찰서의 한 지구대 소속 B경위(58)가 구속됐다.

B경위는 평소 친분이 있는 불법 오락실 업주(43)에게 인천청 광역풍속팀의 단속차량과 직원 개인차량 번호 등을 미리 알려준 혐의로 적발됐다. B경위에게 차량 정보를 준 전직 경찰(66)도 함께 입건됐다. 또 이 업주와 연락을 주고 받는 등 내부 지침을 위반한 나머지 간부 경찰관 2명도 감찰 조사를 벌이고 있다.

성적인 문제도 일으켰다. 인천지방경찰청 소속 C경위(43)는 지난달 18일 오후 4시40분쯤 인천시 남구의 한 주택가에서 길을 지나가는 20대 여성의 뒤에서 음란행위를 해 불구속 입건됐다. 그러나 경찰은 C경위를 징계하기보다는 '정신과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병가를 내줬다. 제식구 감싸기란 지적을 받는 대목이다.

성범죄를 저지른 혐의가 명백히 드러난 경찰관은 자체 감찰 단계에서 즉각 파면·해임하는 '원스트라이크 아웃' 원칙이 지켜지지 않은 것이다. 경찰은 C경위의 범행 사실이 언론에 알려지는 등 논란이 되자 뒤늦게 직위해제했다.

이 문제는 경찰청에서도 언급됐다. 경찰청은 지난 19일 전국 경찰청 차장과 청문감사담당관 등이 경찰관의 의무위반 행위를 분석하는 연석회의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경각심을 길러주기 위해서라도 해당 경찰관을 엄중하게 처벌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고 한다. 경찰청은 "인천경찰청의 자체 징계 수위와 관계없이 C경위를 다른 지방청으로 보내라"고 권고했다. 지금까지 타 지방청으로의 전직은 자체 징계위원회에서 정직 이상의 징계 결과가 나올 때에만 조치했던 사안이다.

경찰청은 19일부터 경찰관의 각종 의무 위반행위를 살피는 특별 복무점검에 들어갔다. 하지만 특별 점검이 무색하게 나흘 뒤인 23일 오후 11시45분쯤 서부경찰서 소속 D경위(44)가 시내버스 안에서 20대 여성 옆자리에 앉아 음란행위를 하다가 적발됐다. 그는 "술에 취해 기억이 나질 않는다"면서도 "피해자가 '그렇다'고 했다면 맞을 것"이라며 범행을 시인했다.

올해 들어 인천청에서만 잇따라 비위 사건이 발생하면서 기강해이가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경찰 지휘부 책임론도 제기됐다. 소속 직원들의 복무기강을 점검하고 관리해야 할 이들이 제 역할을 못했다는 것이다. 실적 위주의 업무추진으로 인한 스트레스 등 부작용은 계속되는데 대책은 마련하지 않고 비위에 대한 징계만 강화하고 있다고 일선 경찰들은 밝혔다.

인천청 관계자는 "성범죄 예방을 위해 자체 내부 지침을 마련하고 범죄 예방 교육과 관련 징계도 강화할 예정"이라며 "직원들이 알아서 범죄를 예방할 수 있도록 대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인천=최모란 기자 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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