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산 김정한 단편소설 ‘길벗’ 70년 만에 발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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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년 만에 새롭게 발굴된 요산 김정한 선생의 단편소설 ‘길벗’의 첫 장. [사진 이순욱 부산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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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사하촌’의 작가 요산 김정한(1908~1996) 선생이 생전에 썼던 단편소설이 70년 만에 발굴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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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산 김정한(1908~1996) 선생. [사진 이순욱 부산대 교수]

1908년 당시 경남 동래군에서 태어난 요산은 1936년 일제강점기 궁핍한 농촌 현실과 친일파 승려들의 잔혹함을 다룬 사하촌이 조선일보에 당선되면서 문학계에 등단했다. 이후 ‘항진기’·‘기로’ 등 작품을 발표하면서 민중을 선동하는 요주의 작가로 지목되기도 했다. 주요작품으로는 ‘낙일홍’·‘인간단지’·‘수라도’·‘모래톱 이야기’ 등이 있다.

요산 연구전문가인 이순욱 부산대 국어교육과 교수는 학술지 『근대서지』』에 발표한 ‘혈탄으로서의 글쓰기와 문학적 실천’이라는 논문에서 “1948년 10월10일 부산에서 발행된 월간지 『중성(衆聲) 』제7호에 요산 선생의 단편소설 ‘길벗’이 수록된 사실을 확인하고 소설 전문을 공개한다”고 밝혔다.

길벗은 경남 양산 출신의 혁명가 전혁(본명 전병건)을 모델로 삼은 소설이다. 길벗은 소설 속 인물 ‘전’과 ‘나(경수)’가 인천으로 압송되던 중 대구에서 탈출해 혁명가 집안의 도움으로 하룻밤을 묵고 경남 진주로 향하는 과정을 이야기하고 있다.

단순히 탈출의 여로가 아니라 동지를 발견하고 연대를 확인하는 여로를 그린 소설로, ‘전’과 ‘나’가 새로운 민족국가 건설이라는 과업을 수행하기 위한 길벗, 즉 혁명의 동반자를 의미한다고 이 교수는 설명했다. 길벗은 200자 원고지 60여 장 분량으로 마지막 장에 작품을 쓴 날짜인 1947년 7월29일이 명기돼 있다.

이 교수는 “소설 길벗은 요산의 1946년 작품 ‘옥중회갑’, 1947년 작품 ‘설날’의 계보를 잇고 있다”면서 “근대 소설사에서 드물게 혁명가를 다룬 소설의 전통을 구축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광복기 부산과 경남은 좌파 조직 활동이 거센 지역이었으며 요산 김정한에게는 실로 파란만장한 시기였다”며 “그런 까닭에 광복 직후부터 한결같이 추구해 온 민족국가건설에 대한 요산의 열망을 소설 길벗에 고스란히 담고 있다는 점에서 의의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2014년에도 세간에 알려지지 않은 요산의 단편소설 ‘서거픈 이야기’와 연시조 3편, 자유시 3편 등을 공개한 바 있다.

부산=강승우 기자 kang.seungw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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