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재해 발생 가능성, 사회·경제적 파장 사전 경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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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인 여름이 시작되면서 ‘찜통 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올해는 1973년 이후 5월 평균기온이 가장 높았다. 6, 7월에도 30도가 넘는 고온을 기록하며 더운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폭염으로 인한 재해는 8월에 집중돼 있다. 폭염 피해는 그동안 무더위에 얼마나 오랫동안 노출됐는지, 더위를 가중시키는 기상 위험요인이 더 있는지, 인구 밀도나 노년층 거주 비율과 같은 취약 요소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같은 온도에서도 지역·시기에 따라 영향이 달라진다.
  이처럼 기상 현상이 주는 의미는 상대적이고 가변적이다. 단순한 날씨 정보만 알 수 있는 일기예보와 달리 ‘오늘의 날씨가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까지 알 수 있다면 기상재해로 인한 피해를 줄이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 기상청은 기상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재해 가능성과 취약성, 위험 노출 등을 고려해 사회·경제적인 영향 정도를 기상현상과 함께 알려주는 ‘영향예보(Impact-based Forecast)’를 2020년 정식 서비스를 목표로 준비하고 있다.
  영국 기상청은 2011년부터 영향예보를 시행하고 있다. 미국도 2013년부터 영향 기반 의사결정 지원 서비스로의 전환을 선언하고 이를 추진하고 있다. 유럽 기상 선진국을 비롯해 캐나다·호주·뉴질랜드·일본·중국 등 많은 국가가 영향예보 관련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부분적으로 직·간접적인 영향예보를 하고 있다.

기상청 '영향예보' 추진

위험 대비로 피해 예방이 목적
특히 영향예보를 선도하고 있는 영국은 호우, 강풍, 대설, 안개, 도로 결빙 발생 가능성과 지역적으로 차별화된 특보 기준에 따라 예보한다. 위험 기상 발생 가능성이 작더라도 이로 인한 영향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면 최대 5일 전부터 정보를 제공해 위험에 대비하고 있다.
  예를 들어 강풍이 불 때 예보 적중률은 최소 40%까지 떨어지기도 한다. 열 번 중 네 번만 예보한 강도의 기상재해가 나타나고, 나머지 여섯 번은 예보대로 기상재해가 발생하진 않았다는 의미다.
  우리나라에선 이런 영향예보는 우려와 비난을 받을 가능성이 큰 예보에 속한다. 영국 기상청 관계자는 “영향예보를 통해 위험 기상이 발생할 수 있는 정보를 조기에 제공해 재해를 대비하고 막을 수 있다”며 “영국 국민은 대체로 이 정보를 유용하게 받아들인다”고 설명했다.
  우리에게 다소 낯선 영향예보는 이미 여러 나라에서 진보된 개념의 예보로 자리를 잡았다. 기상재해를 경감시키고 이를 위한 의사결정을 돕는 유용한 도구로 사용되고있다. 고윤화 기상청장은 “새로운 것을 받아들일 때의 두려움을 감내하고 영향예보를 정착시킬 수 있는 유연한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며 “기상예보에 대한 한 차원 성숙한 시민의식을 기대해 본다”고 말했다.

한진 기자 jinnylam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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