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다이빙궈에 무슨 말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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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다이빙궈(戴秉國) 중국 외교부 부부장의 지난 12~15일 방북 때 이뤄진 북.중 간 고위급 협의 내용의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戴부부장은 북한 핵 문제의 실무 총책인 강석주 외무성 제1부상과 12일 회담한 데 이어 14일에는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여섯시간에 걸쳐 면담했다.

金위원장이 핵 문제가 불거진 이후 외국의 고위급 인사를 만나기는 지난 1월 알렉산드르 로슈코프 러시아 외무차관과 3월의 첸치천(錢其琛) 전 중국 부총리 방북 이래 세번째다.

金위원장이 戴부부장에게 전한 메시지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향후 북핵 해법 구도와 관련해 "북.미 간에 의미있는 대화가 필요하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과 일본이 참가하는 확대 다자회담에 대해선 가타부타 입장을 보이지 않았다고 한다.

그동안의 공식 입장인 선(先) 북.미대화, 후(後) 다자대화를 언급하지 않았기에 북한의 태도가 다소 유연해졌다는 추정을 낳은 대목이다.

중국 정부는 金위원장이 강조한 '북.미 간 의미있는 대화'가 북.미.중 3자회담의 틀에서 가능하다고 보고 이 회담의 재개를 축으로 한 절충안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관계자는 "대화 형식과 관련한 북한의 메시지는 다소 모호한 부분이 있다"면서 "다이빙궈 부부장이 방미한 것은 확대 다자회담에 대해 북한이 확답을 주지 않은 것과 맞물려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두번째는 북핵의 실질적인 해결책에 관한 것이다. 金위원장은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에 불만을 나타내면서 체제보장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면서 핵 폐기와 미사일 수출 중지 문제와 대북 체제보장, 경제지원을 포괄적으로 해결하는 단계적 일괄타결 방안을 거듭 밝혔다고 한다. 지난 4월의 3자회담 때 북측이 제시한 것과 큰 차이가 없는 내용이다.

오영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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