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통령의 외지회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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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전두환대통령은 지난27일 가진 미국워싱턴 포스트지와의 회견에서 88년 정권이양을 2년 앞둔 시점에서 본 한반도 주변정세를 비롯, 한미·한일관계, 국내정치문제에 이르기까지 광범한 문제에 관해 소신용 밝혔다.
전대통령은 우선 남북한관계에 관해 남북정상회담은 낙관할 수 없고 남북대화는 진정한 진전을 기대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것은 북한이 남북대화를 적화통일전략의 일환으로 보고있기 때문이고 그 같은 평양의 저의는 최근 일련의 군사력 증강으로 나타나고 있음을 명백히 했다.
전대통령은 북한이 7일간의 단기기습전쟁으로 남한을 침략할 전략을 세워놓고 이를 실현키 위해 소련으로부터 대규모 군사지원을 받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이 같은 북한·소련의 군사적 유착관계는 동북아에 있어서의 소련의 군사적 영향력 증대라는 모스크바의 세계전략의 일환으로 추진되고 있음을 강조했다.
특히 소련군용기의 북한영공 자유비행과 소련함대의 북한항구기항 및 소련정찰기의 휴전선 정찰 등 소련군사력이 직접 한반도에 팽창되고 있는 사실에 우려를 표시, 이는 북한과 소련의 공격적 정책의 일지에서 나온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긴장상태의 완화와 남북관계의 진전을 위해 전대통령은 중공의 영향력행사에 기대를 걸고 있음을 밝히고 중공의 노력이 동북아에서 일어날 수 있는 파국을 방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것은 전대통령이 이 지역의 평화와 안정에 있어서는 소련보다는 중공이 더 신뢰할 수 있는 상대로 인식하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전대통령은 국내정치문제에도 언급, 88년 임기를 끝낸 후엔 현 여당인 민정당의 평당원으로 남아있을 것이나 큰 영향력 있는 역할을 담당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평화적 정권교체는 집권당의 최대공약이고 특히 1·16국정연설의 핵심적 내용 가운데 하나였지만, 88년 후의 자신의 구체적인 모습에 관해 처음으로 언급했다는 점에서 각별하게 눈길을 끈다.
선진국에서는 대권을 맡았던 사람들이 하야한 후 평범한 일개시민으로 돌아가 살면서 어려운 일이 있을 때는 원로로서 음으로 양으로 나라를 위해 도움을 주는 것을 우리는 보아왔다.
미국의 「닉스」「포드」「카터」등 전직대통령들도 그렇지만 가까운 일본만 해도 「기시」씨를 비롯한 전직수상들이 국익을 위해 현역 못지 않게 활동하는 모습은 우리들의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평화적 정권교체의 경험을 한번도 갖지 못한 정치풍토이기 때문에 하야한 「전대통령」이 어떤 역할을 할지에 관심이 집중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전대통령은 이런 의문에 대해 명쾌한 해답을 내린 것이다.
평당원으로 나라를 위해 봉사하는 전직대통령의 모습은 상상만 해도 흐뭇하기만 하다.
지금 정국이 혼미를 거듭하는 것도 따지고 보면 새로운 전통을 확립하는 과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진안이라고 볼 수도 있다.
여야정치인들이 당장에 해야할 가장 중요한 일은 이 어려운 고비를 슬기롭게 극복해서 88년까지의 정치 일정이 원만하게 이룩되도록 하는 일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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