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계 화제|일부 교회기관들 5억원 「외원」요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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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KNCC)를 비롯한 일부 국내 교회기관들이 올해에도 세계교회협의회(WCC)에 5억여원의 예산및 사업지원을 요청했다. 최근 발간된 WCC 86년도 『자원공유연감』에 나타난 한국교회의 기관별 지원 요청액은 ▲KNCC=29만9천달러(이하 달러) ▲영등포도시산업선교회=5만 ▲기독교도시산업선교회=2만 ▲경인도시산업선교회=1만3천 ▲청주도시산업선교회=9천 ▲기독교농민회=6만 ▲기독교빈민선교위원회=9천 달러다.
이 가운데 KNCC의 예산지원 요청액이 가장 많아 총액의 약50%나 된다.
WCC의 자금은 크게 신앙과 증거, 정의와 봉사, 교육과 갱신 등의 3개 프로그램 및 본부의 4개 사업단위 위원회별로 나누어 분배한다.
이번 한국교회의 지원요청은 주로 신앙과 증거 프로그램에 속하는 「세계선교와 전도위원회」, 교육과 경신부분의 「청년프로젝트」, 정의와 봉사부문의「교회간 원조 및 난민·세계봉사위」 등에 집중돼있다.
원래 WCC자금은 『어떤 교회나 기독교공동체도 자신들이 갖고 있는 자산에 대한 궁극적 소유권을 주장할 수 없다』 는 세계교회의 에큐메니컬운동의 공동고백정신에 따라 세계교회에서 염출한 돈을 세계적으로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지역과 사업에 무상으로 분배한다.
한국교회기관이 WCC에 예산지원을 요청한 사업내용은 해고근로자 기술교육 및 재정지원·여성근로자교육·노동상태조사 및 피해사례연구 (도시산업선교회)와 농민지도자교육·신용협동조합조직 및 운영교육 (농민선교회)등이다.
지난해로 선교 1백주년을 넘기고「받는 교회에서 주는 교회」를 표방하고 나선 한국교회의 이 같은 위원. 요청은 적지 않은 아쉬움을 갖게 한다.
KNCC가 국내 대표단을 포함한 대표적협의 기관임에도 불구하고 전체예산(3억5천만원)의 절반이상을 외원에 의존하는 현실은 한국교회가 아직도 개교회주의·교파주의를 벗어나지 못한 채 「내 교회, 내 교단」만을 우선하는 교회공동체 의식의 결여 때문이다.
도시 큰 교회들의 연간예산이 몇십억원씩 되는 현실과는 대조적인 외원 요청은 인색한 한국교회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것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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