챌린저호 폭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미 항공우주국(NASA) 용어 가운데 「식스 나인」이라는 말이 있다. 「69」라는 뜻이 아니고 「9」자가 6개 있다는 의미다.
99·9999%. 미 항공우주국이 요구하는 정확도의 기준이다. 「1백만 분의1」의 오차도 허용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실제로 항공우주국은 우주선이 여차한 일로 불시착할 지역의 며칠간 일기예보까지도 우주선 발사여부를 결정하는 조건으로 체크한다.
그 불시착 예정지역은 미국도 아닌 스페인의 어느 해안이다.
우주선 하나 조립하는데 필요한 부품은 2백만 개나 된다. 이 부품을 납품하는 기업체도 5만개 사. 미국뿐 아니라 영·불·독·일·이탈리아, 심지어 우리나라 기업에서도 부품의 일부를 납품한다. 우선 이런 숫자들만 봐도 부품 하나 하나의 정확도는 물론이고, 그 조립의 정확도도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알 수 있다. 우리의 상상을 절한다.
이른바 「시스팀 엔지니어링」 이라는 분야가 발달하지 못했다면 우주개발 자체가 불가능 했을 것이다.
우주선 조립은 하나에서 열까지 컴퓨터가 한다. 우선 그 설계는 말할 것도 없고, 조립도 수백 개의 파트로 나뉘어 컴퓨터가 지시하는 대로 어느 선과 어느 선이 연결되고, 몇 번 나사를 몇 번 홀에 맞추고 하는 것을 결정한다.
물론 그 안전도의 인스펙션(검사)도 컴퓨터가 한다. 우주선만이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지상 관제소의 컴퓨터 하나에 무슨 이상이 생겨도 발사를 연기한다.
오늘의 우주산업은 첨단 과학기술의 총화요 권화다.
미 항공우주국은 80년대로부터 90년대까지 우주선(셔틀) 운행을 모두 5백70회 계획하고 있다. 주 계약사는 로크웰 인터내셔널로 지난 6년 동안의 견적서는 모두 26억 달러였다.
그러나 기계에 대한 비용보다 사람에 대한 비용이 더 엄청나다. 30대 성인을 몇 년 동안 훈련시키는 비용은 직접 비용만으로 계산할 수 없다. 인간을 살아 있는 기계로 활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이 1958년1월31일 미국 최초의 인공위성 익스플로러1호를 발사한 이래 오늘 챌린저호가 발사되기까지 우주선 폭발 사고가 두번 밖에 없었다는 사실은 기적에 가깝다. 소련은 지금 까지 알려진 사고만 해도 5번이었다.
그러나 천여 일부, 이번 챌린저호의 폭발은 실로 많은 사람에게 실망과 충격을 주었다. 아직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그것이 첨단과학기술의 한계를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 아니기를 기대한다. 챌린저호의 우주 도전은 미국의 도전이 아니라 인류의 도전이며 인간능력의 도전이기도 하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