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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상호는 ‘정쟁’ 김종인은 경제민주화 ‘정책’ 맡아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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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9호 6 면

22일 당 비대위 회의에 참석한 김종인 대표(왼쪽)와 우상호 원내대표. [뉴시스]

“정쟁 이슈에는 제가 나설 테니, 대표님은 말을 아끼세요. 경제전문가로서의 권위를 갖고 가셔야 다음 대선 때 중도층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정쟁을 주도하는 모습을 보였다가 ‘김종인이 더민주 가더니 망가졌다’는 소리를 들으면 안 되잖습니까.”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을 둘러싼 각종 의혹이 터져 나오는 ‘우병우 정국’에서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가 김종인 대표에게 한 말이다.


우 원내대표는 이후 “우 수석은 사퇴해야 한다”고 연일 공세를 폈고 변재일 정책위의장이 이끄는 정책위 산하의 민주주의회복TF는 지난 21일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 등 검찰 개혁 방안을 발표하며 공조했다. 하지만 김 대표는 우 수석에 대해 한마디도 직접 언급하지 않았다. 대신 경제민주화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4·13 총선 당시 공약으로 내놨던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편 등 굵직한 경제 현안도 구체화되기 시작했다. 20년째 더민주에서 근무하는 한 당직자는 “당이 이렇게 안정되고 조용한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낯설다”고 말했다.


‘정쟁만 하는 야당’ 이미지를 벗어나기 위해 더민주가 전략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논란과 우병우 정국을 다루는 솜씨가 예전과 다르다. 먼저 사드 문제에선 반대도 찬성도 아닌 ‘전략적 모호성’을 꽤 일관되게 유지하고 있다. 이는 우 원내대표의 역할이다.


사드 반대파에 속한 한 재선 의원은 “우 원내대표가 의원들에게 토론 기회를 많이 주면서 지도부 입장을 상세히 설명하기 때문에 불만이 크지는 않다”고 말했다. 우 원내대표는 ‘사드 재검토’를 주장한 문재인 전 대표에게도 전화를 걸어 “(반대가 아니라 재검토라고 표현한 건) 지도부의 입장을 고려해 주신 것 같다”고 감사 인사를 했다고 한다. 더민주 측에 사드에 대한 명확한 입장표명을 요구해 온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과 우 원내대표 사이엔 최근 이런 대화가 오갔다고 한다.


박지원=“사드 왜 반대 안 하나.”


우상호=“저는 반대예요.”


박지원=“그럼 당론으로 정해야지.”


우상호=“2012년 총선 때 강정마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무작정 반대했다가 반미·종북 정당으로 찍혔잖아요. 수권정당은 당론으로 못 정해요.”


우 원내대표는 중앙SUNDAY 기자에게 “사드에 반대한다고 해놓고 집권하면 이미 배치된 사드를 철거할 수 있나”며 “외교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해 신중해야 할 사안(사드)과 고위 공직자의 윤리 문제(우병우)는 다르게 접근할 문제”라고 했다.


이렇게 우 원내대표가 현안들에 대응하는 사이 ‘김종인의 사람들’은 정책 만들기에 전념하고 있다.


김 대표가 영입한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 출신 김종대 정책위 부의장은 더민주가 야심 차게 추진 중인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편의 컨트롤타워다. 그는 이명박 정부 때인 2011년 건보공단 이사장에 부임한 뒤 2014년 퇴임하면서 “재산이 5억원인 나는 퇴임하면 내야 할 건보료가 0원이지만 (생활고를 겪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송파 세 모녀는 5만원을 내야 한다”며 건보료 부과체계의 불합리성을 지적했다. ‘김종인 보건사회부 장관’ 시절 보사부 대변인을, 청와대 경제수석 시절엔 청와대 보건복지 비서관으로 근무했던 인연이 있다. 당내에선 “건보료 문제는 더민주가 취약한 50~60대의 호응을 받는 이슈로, 이를 잘 핸들링하면 전국적으로 100만 표 이상을 모을 수 있다”고 기대한다.


김 대표의 대표 화두인 ‘경제민주화’를 실무적으로 뒷받침하는 이는 금융통화위원을 역임한 최운열 의원이다. 김 대표가 비례대표 4번으로 영입한 그는 20대 국회 들어 공정거래위 전속고발권 폐지와 대기업 기존 순환출자 해소 등 ‘경제민주화 관련’ 법안을 잇따라 내놨다. 지난 4일 김 대표가 발의한 이사회 의사결정 구조개편을 위한 상법개정안에 이은 후속 입법들이다.


추인영 기자 chu.i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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