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구 정제부기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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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요즘 외신은 기름값이 하루가 다르게 대폭 떨어진다는 뉴스를 거의 매일 전해오고 있다. 낭보가 아닐수 없다.
기름값이 하락한다고 무조건 좋아할 일인 것은 아니다. 그러나 주판알을 요리조리 튀겨보면 좋은것이 더 많은게 사실이고, 서민들도 「이번에 국제 기름값이 대폭 떨어지는 혜택을 좀 보겠구나」 하는 기대감을 갖게된다.
동자부측은 『원유가 떨어진다면 상당분을 국내 유가에반영시켜 주겠다』 고 밝히고있다. 정부가 옛날처럼 관세나 석유사업기금으로 원유가 인하분을 대폭 흡수하지는 않겠다는 얘기다.
말은 그렇지만 정부는 원유가 폭락조짐이 일기 전인 지난해 12월이전에 이미 올해유가가 하락하는 경우에 국가에서는 챙길만큼 챙기겠다는 방침을 정해놓고 있다.
석유수입관세를 1%에서 3%로 올리기로 결정해 놓은 것이다. 석유수입관세는 한때5%였다가 1%로 내린만큼이번에 2%포인트만 더 올리겠다는 것이다.
한수 더 떠 원유가가 내린다니까 차제에 석유사업기금도 더 거둬 쌓아두겠다는 것이 정부의 방침이다. 그래야원유가가 오를때 이 기금을 풀어 국내값을 안올리고 완충역할을 할수있다는 계산이다. 논리로는 나무랄데가 없다.
그러나 이번은 오래간만의원유가 하락이다.
우리는 유가하락을 다각적으로 검토하여 지혜롭게 활용해야된다.서민가계는 물론업계도 기대가 크다. 정부에서 「많이 반영해주겠지」 하는기대다. 현재 수출여건은 보호주의 장벽으로 점점 어려워지고있는 때에 국내기름값이라도 많이 내려 수출경쟁력을키우면 달러 약세현상과 상숟작용으로 수출에 큰 힘이 될것으로 보는 견해를 경겅할가치가 있다.
그런데도 정부는 관세나 수입기금확보부터 먼저 생각해배럴당 50센트씩 거두는 기금을 1달러이상으로 올리러하고 있다.
현재 거둔 안정기금 3천억원은 한전융자·수력발전소건설융자·한전융자· 소비절약자금융자로 모두 풀어놓았다.
비축기금은 현재 3천억원이 은행에 예치돼 놀고있는실정이다.사업기금은 원유가가 오를때 대비한다고 거둬놓고서는 환을이나 원유가 인상때 이를 한푼도 써본 적이없다. 정부는 국내유가 상승요인이 생길 때는 값을 올리거나석유수입때 거두던 기금액수를 줄이는 것으로만 대응해옴으로써 돈은 그대로 남아있는 것이다. 이런 식이어서야 원유가가 크게 떨어지는데도 또 어떻게 기금을 더 걷고 관세를 더 물리겠다고 할수있겠는가. 소비자들은 그동안 좀싸게 쓸수있는 기름도 비싸게 써왔다는 이야기도 되는것이다. 사실 다른 나라와비교할때 우리 기름값은 비싸기로 유명하다.
답답한 일이 많은 한국에 기름값으로나마 서민들의 가슴을 좀 시원하게 해주고 업계도 힘나게 해줄 수는 없는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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